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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에게 노인이라니!

시간이 더디게 흐르길 바라며. (96번째 일일)

by 김로기

엊그제 엄마와 통화를 했다.

그리고 아빠에게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며

폐렴주사가 어쩌고 하면서 이제 만 65세가 되었으니

나라에서 무료로 접종을 해준다고 했다.

숫자가 하나둘 늘어가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빠가 벌써 만으로 65세가 되었다니.

나라에서 받는 지원이 하나둘 늘어난다는 것이

이제는 아빠도 공공연하게 경로우대를 받게 된 셈이다.

더불어 어떤 지원이 있는지 알아보려 검색을 하는데

만 65세를 두고

노인이니 어르신이니 하는 불편한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수식어는 이제 아빠의 앞에 붙게 될 것들이었다.

너무나도 낯설었다.

우리 아빠인데

아직 한창 날아다닐 것만 같은데

아직도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데

그런 아빠에게 노인이라니, 어르신이라니.

돼도 앉는 말들이었다.

내 아빠라서가 아니라 정말 아직은 안될 말들이었다.

나도 이렇게 믿고 싶지 않은데

정작 당사자는 얼마나 받아들이기 싫을지 뻔한 일이었다.

언제 이렇게 늙어버린 건지

늙었다는 말도 가져다 붙이고 싶지 않지만

서서히 나도 아빠도 받아들여야만 하는 사실이었다.

이제 60대는 한창이라고, 누군가는 청년에 가깝기도 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본인은 언제부터인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몸이 예전 같지 않고

흘러나오는 말이

그리고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의 겉모습이 한창때였던 그때와는 다르다는 것을.

그것들을 서서히 느끼면서

어쩌면 아빠는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었을까.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않다고 해도

나에게는 슬픈 일이다.

아빠가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지만

최대한 더디게 늙어가기를 간절히,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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