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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필사를 한다는 것.

나와 가족의 안녕을 바라는 일이 되었다. (90번째 이일)

by 김로기

성경필사를 시작했다.

끄적이는 손의 활동이 목적인지

성경에서 무엇인가를 얻기 위함이었는지

시작이 무엇때문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책상에 앉는다.

다음날 자연스럽게 필사를 하는 행위로 이어지기 위해

전날 필사 할 노트와 펜을 미리 책상에 올려둔다.

영양제와 함께 물 한 모금 마시는 일을 제외하면

나의 하루 중 가장 먼저 시작되는 일이다.

휴대폰에 깔린 성경필사 어플을 켜서

대개는 4구절에서 5구절 정도를 옮겨 적고 있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하루의 짧은 루틴으로 삼기에는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필사를 하면서도

내가 지금 옮겨적고 있는 내용의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어제와 같은 루틴의 활동이

오늘도 이어졌다는 사실이 그저 뿌듯할 뿐이다.

그리고 기도 끝에 조금은 낯간지러운 "아멘"이라는 말이

어느새 익숙해졌다.

기도의 내용은 그저 나의 가족을 지켜달라는 말과

나의 하루를 돌봐달라는 보통의 흔한 기도문일 뿐이지만

그럼에도 매일같이 나의 기도의 첫 줄에 오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기도이기도 하다.

사실 성경 필사를 한다는 것은

내게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 외에 큰 의미가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행위와 더불어 갖게 된 몇 초의 시간이

그날의 하루 중 가장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곤 한다.

오늘도 나는 아침의 필사 후 노트와 펜을 가지런히 올려두었다.

내일 아침 가장 먼저 책상에 앉아

오늘 올려둔 그것들을 보며 쓰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 입의 시작에는 가장 먼저 나와 가족의 안녕이 불릴 것이다.

그 하루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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