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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관에 가면 주눅이 든다.

내가 진짜 가지지 못한 것이 명품뿐인지. (90번째 삼일)

by 김로기

얼마 전 엄마와 백화점에 들를 일이 있었다.

너무 오랜만에 방문이라

여기저기 둘러보며 갈 곳을 찾았는데

우연히 명품관을 지나가게 되었다.

뭔가 압도 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데도

나 스스로 위축되는 느낌이 들어 조금 불편했다.

어딘가 그런 나 자신이 초라해지는 듯한 느낌도 함께 들었다.

어서 그곳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이것 또한 나의 자격지심인 건가.

잠시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엄마 앞이라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돌아오는 길은 그곳을 피해 멀리 돌아와 버렸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살짝 얼굴이 화끈거리긴 하지만

내가 그들의 고객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그들도 눈치챘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유난히 그런 곳에 있을 때면

주눅이 들곤 하는 내가 참으로 못나 보인다.

그럴 때마다 "나중에, 나중에" 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꼴이

위로를 하는 건지, 회피를 하는 건지 싶다.

어떻게 생각하면 한번 보고 말 사람들의 시선까지

너무 신경 쓰고 있는 내가 바보 같지만

나도 어디서부터 잘못된 일인지.

이제는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꼭 명품을 지니고 있어야 하며

그것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지금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 명품뿐인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어쩌면 나는 아직 떳떳한 스스로를 가지지 못한 것은 아닐지.

그래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것들 앞에 설 때면

그렇게 작아졌던 것은 아닌지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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