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고 싶었는데. (91번째 일일)
예전부터 남편과 함께 배드민턴이 치고 싶었다.
사실 배드민턴을 치고 싶다기 보다도
같이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다.
지금처럼 밤바람이 따스해질 무렵이면
공원에는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이 많아지곤 했다.
그중엔 대부분이 부부이거나 커플이었다.
종종 산책을 나가거나 할 때면
그들의 모습이 꽤나 부러웠다.
그렇게 나는 부러운 마음으로 배드민턴채를 구입했고
애석하게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창고에 잠들어 있다.
예전 신혼 초에 남편은 친구나 회사동료들과 함께 하느냐 시간이 없었는데
지금은 일에 치여 여유가 없다.
다음엔 무엇이 없을까.
다음을, 또 다음을 기약하다가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코 앞에 와버릴까 두렵기도 하다.
내가 쓰지도 않고 낡아버린 배드민턴채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그 순간이 오기 전에 무엇이든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 것과도 같다.
늦지 않아야 할 텐데.
그 시간이 우리에게 꼭 주어져야 할 텐데.
하는 간절한 소망과도 같이.
그러나 지금 당장 그와의 시간을 재촉하기에는 서로 너무 지쳐버릴 것만 같다.
부디 아직 우리에게 많은 시간이 남았기를.
그래서 언젠가는 나의 배드민턴채도 빛을 발할 수 있기를.
천천히 좋은 마음으로 기다려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