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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이라고 장담하지 마라.

내 생각도 언제든 변수가 될 수 있다. (94번째 일일)

by 김로기

"내가 장담하는데."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본 말이다.

물론 내가 종종 썼던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웬만하면 입에 올리지 않으려 애쓰는 말이 되었다.

결혼 후 집을 사고 평생의 우리 집이라고 생각한 지 몇 년 뒤.

아파트보다는 부담 없는 빌라여도 상관없다는 나의 오만을 일깨우며 팔게 되었고

두 번째로 매매한 집은

빚이야 둘이서 평생 벌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생각했던 우리에게

새로운 가족계획이 생기며 달라졌다.

이사오며 이제는 정말 내 평생의 집이라 생각해서

벽의 구멍도 뚫고 벽걸이 티브이도 달았지만

지금은 조금 후회스럽다.

그렇게 나는 또 한 번 느꼈다.

남은 날 중에 내가 장담할 수 있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는 것을.

내가 장담하며 말했던 그날들엔

지금의 나의 머릿속의 생각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때 내가 가진 생각들과는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나보다 먼저 경험해 본 사람들의 조언도 모두 맞다고 볼 수는 없다.

그들이 경험하고 살아온 인생이 내가 살아갈 인생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엔 어떤 순간이든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확신하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최대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기 위해 애를 쓰고

나의 생각이 확신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에는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앞으로 펼쳐질 모든 일이 지금의 생각과 같다고 해도

훗날 그것이 그때의 생각과 같을지는 모를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장담한다는 말은 가급적 피하고 보는 것이 맞다.

그 말은 어찌 보면 굉장히 무겁고, 그래서 무섭고

그래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지나 온 시간들을 제외하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일에는 변수가 따르기 마련이고

내 생각 또한 언제든 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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