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만큼 어려움이 줄어든다. (94번째 이일)
잠자리에 누우면
내가 오늘 너무 하고 싶었던
혹은 먹고 싶었던 것들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그것들이 지겹게도 내 머릿속을 떠나지 못하다 결국 못 이겨 잠이 들곤 한다.
그러나 아침에 일어나면 잠들기 전 원하던 일보다는
오늘의 하기 싫은 일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것들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바로 알 수 있다.
번거롭고 어려운 일일수록 가장 하기 싫고
그래서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나 같은 경우는 눈을 뜨자마자 글쓰기와 운동이 가장 먼저 떠오르곤 한다.
내게 있어 글쓰기란 참으로 지겹지만 그럼에도 그만둘 수 없는 것이다.
글을 쓰는 일을 좋아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을 제일 잘 알 수 있을 때는
바로 글을 쓰지 않는 순간이다.
글을 쓰는 일은 때로 작은 뿌듯함과
간간히 기쁨도 가져다주고 있지만
늘 그런 긍정적인 감정만을 가져다주는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한 글자도 쓰지 못한 채로 커서만 깜빡이고 있는 날이면
내가 글을 쓰는 행위를 진짜 좋아하는 것이 맞나 싶은 날도 있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떠올리는 그날의 어려움 중 하나는
바로 이 순간이다.
오늘의 '작심삼일'을 발행하기 위해
또 어떤 소재를 떠올리고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야 하는가.
매일 비슷한 일상을 살면서
매일 다른 소재의 글을 쓴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게 느껴진다.
사실 매일이 나에게는 이런 지루하고 어려운 시간들의 연속이다.
그것을 알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바로 오늘의 글쓰기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문득 떠오른 한 단어로 한 줄 한 줄 빠르게 써내려 가기도 한다.
그 시간을 빨리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운이 좋은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억지로라도 쌓인 기록들이 결국 그날의 나의 글쓰기를 해내게 한 것 같다.
처음 한두 개의 글보다
지금 쌓인 이백 개가 넘는 글들이 그 해냄에 힘을 싣고 있다.
앞으로 얼마의 글을 더 쌓아 나갈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두 개의 힘보다도 지금까지 쌓인 이백여 개의 글보다도
앞으로 쌓을 글들이 그것들에 더 힘이 될 거라는 것.
내가 어렵게 쌓아 올린 하루가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떠올릴 또 다른 어려움을 해내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비록 나는 내일도 눈을 뜨자마자 해내야 할 어려움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결국 해내는 일은
분명 오늘보다 조금 수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