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안전벨트를 하라고! (98번째 일일)
얼마 전 동생의 차에 탈 일이 있었다.
동생과 같은 집에 사는 엄마는 조수석에
나는 뒷자리에 앉았다.
나도 장롱면허이지만
동생의 운전실력은..
음..
꽤나 거칠다는 말이 나름 순화된 표현이다.
뒷좌석에 앉아서였을까.
비도 많이 오고 그날따라 속도를 내는 폼이
너무 불안하고 위태롭게 느껴졌다.
"속도 좀 줄여."
나도 모르게 신경질적으로 내뱉은 말에
동생도 같이 신경질적인 말투로 반응했다.
"얼마 안 밟았어."
이런.
벌써 감정이 상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문득 눈을 흘기다 발견한 동생의 안절벨트가
가지런히 풀려 매달려 있던 것이다.
나는 깜짝 놀라서 설마 벨트를 안 한 거냐고 물었다.
동생은 대수롭지 않게 불편해서 원래 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그때부터 소히 나의 지랄이 시작되었다.
"죽으려면 곱게 죽어! 가족들 고생시키지 말고. 반신 불구되서 누굴 고생시키려고."
그 정도로 거세게 내뱉을 말은 아니었지만
아랑곳 않는 동생에 태도에 더 날카롭고 큰 목소리로 나무랐다.
결국 신경질적으로 온갖 불편함을 토로하며 동생은 벨트를 맺다.
그 모습에 나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았지만
엄마가 나와 동생의 기싸움을 말리며 조곤조곤 얘기했다.
"다 너 위해서 하는 말이야. 얼마나 위험한데. 벨트는 당연히 해야 하는 거야."
그렇다.
안전벨트는 필수 중에 필수가 아니었던가.
내 측근 중에, 그것도 동생이라는 놈이
이토록 안전벨트를 무시하고 있을 줄이야.
사실 순간적으로 너무 놀란 탓에 버럭 화를 내며 소리치긴 했지만
엄마 말대로 순도 백 퍼센트 걱정이 돼서 전한 말이었다.
동생을 다그치려는 마음도
갑자기 분노의 감정이 솟아나서도 아니었다.
그저 걱정일 뿐이었다.
누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가
내 동생에게 일어난다는 것은
생각도 하기 싫을 만큼 끔찍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그날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똑같이 윽박을 지르며 협박에 가까운 경고를 날렸을 것이다.
조금 더 부드러운 말투로 타이를 수도 있겠지만
아마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속된 말로 남이라면
그렇게까지 핏대를 세워가며 다그치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얌전히 타이르는 내 말을 새겨듣던, 말던 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니 부디 그날의 나의 거센 경고를 무시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혼자만의 드라이브에서도
안전벨트의 심각성과 중요성을 스스로 느끼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