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중독.

하다 하다 사는 것에까지 중독이 되어버리다니. (101번째 이일)

by 김로기

손가락질 몇 번이면 집 앞까지 배송을 해주는 시대가

슬슬 반갑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체감 해가고 있다.

많은 단계를 걸치지 않고

그래서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다는 것이

편하고 요긴하게 쓰였었다.

그런데 장점만 있을 줄 알았던 빠른 배송들에도

서서히 안 좋은 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중독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내가 중독되어 있는 대상에 이르기까지 여러 단계를 설치해 두라고 말한다.

자질구레한 쇼핑에 중독이 되어 있다면

구매욕구가 떠오르고 그것을 결제해서 집으로 데려오는 사이에

장애물들이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요즘 인터넷 쇼핑은 말 그대로 간편 초고속이 되어버린 지 오래라

마트에 가기 위해 씻고 옷을 갈아입지도

마트까지 가서 물건을 구매해서 집으로 돌아올 필요도 없어졌다.

그저 늘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휴대폰을 몇 번 만지작 거리기만 하면 끝이니 말이다.

나약한 의지를 가진 내게는 언제나 손 닿을 거리에 달디단 사탕이 놓여진 셈이나 마찬가지다.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사지 말아야지." 하는 말은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도, 소리를 내어서도 했던 말이다.

그러나 결국 그 행위 자체가 주는 무엇인가에 중독이 되어버린 듯하다.

이젠 하다 하다 사는 것에 까지 중독이 되어버리다니.

참으로 걱정이다.

이미 자연스레 편해져 버린 초고속 쇼핑은 내가 어쩔 도리가 없어졌다.

결국엔 나의 의지의 문제가 되었다.

이렇게 매일 같이 집 앞으로 배송되는 무엇인가를 더 이상 내버려 둘 수가 없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구매욕구가 생길 때부터 쇼핑어플에 접속하기까지의 단계 중 한 가지를 끼워 넣어보려고 한다.

내가 그것을 꼭 사야만 하는 이유.

그 이유를 세 가지 떠올려 보는 것.

그 생각을 떠올리다 보면 사지 않아도 좋은 이유가 함께 떠오를 것이다.

그 이유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무분별한 소비가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중독을 인정하고 개선하려는 조금은 희망적인 생각이

부디 나의 소비 중독을 잠재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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