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리는 사람이 초면에 더 시끄러운 법이다.

나름의 노력. (103번째 일일)

by 김로기

나는 초면에 말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종종 착각하곤 한다.

E성향을 가진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하지만 정반대.

나는 I성향을 가진 내성적인 성격이다.

나와의 처음을 기억하던 사람들은

다음번 만남에서도

처음에 그 활발하고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끌어가던 나를 기대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점점 더 처음과는 달라진 태도를 보일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나에게 어딘가 달라졌다는 눈빛을 보내거나

변했다는 식의 장난스러운 말을 건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점점 진짜 나에게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 내가 견디지 못하는 것은

상대와 나 사이에 놓인 침묵과 어색한 분위기였다.

결국 아이스브레이킹을 한답시고 나름 노력한 것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활발한 성격으로 보였던 것이다.

아마 나와 비슷한 성격의 사람들은 공감할 부분일 것 같은데

오히려 내성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누군가와 단둘이 놓여진 상황에서 더 많은 말을 하려고 노력한다.

나를 포함한 그들은 고요하고 어쩔 줄 모르는 그 상황을 더 견디기 힘들어한다.

그저 지극히 일상적인 주제와 적당히 예의 있는 대화를 이끌어가는 편이

그보다 더 나은 선택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말실수를 하게 되는 순간도 종종 있다.

그때가 되어서야 아차 싶은 마음에

조용히 있는 편이 더 나았을까 후회하기도 하지만

다음에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어도 아마 같은 행동을 하려고 할 것이다.

물론 내 성격상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도 썩 편한 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진땀 빼며 나름 노력하고 있던 것이다.

그것이 내성적인 내가 선택한 나름의 방법이었다.

그러니 초면에 말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그 사람을 활발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 순간에 있어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처음의 모습과는 반대의 성향을 발견하게 될지라도

그들이 변했다고 나무라거나 실망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언제나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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