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나무는 결국 시골로 옮겨졌다. (102번째 삼일)
몇 해 전 레몬나무 한그루를 샀다.
그해 꽃도 곧 잘 피길래
열매도 금방 맺히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열매가 맺힐 자리에 피었던 꽃들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수북이 달린 꽃들이 버거워서 그런가 싶어
가지를 정리해 주어도 마찬가지였다.
간신히 조그맣게 열린 열매 하나를 공들여 키웠지만
다음 해도 그다음 해에도 더 이상의 레몬은 열리지 않았다.
여기저기 정보를 얻어 비료도 줘보고 햇빛도 많이 보여 주었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주인인 내 탓이 가장 크겠지만
들인 정성에 비해 서운하리만큼 결실이 없었다.
그러던 차 시골에 계신 시아버님 댁에 심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고작 얕은 볕의 해가 드는 아파트 베란다보다는
하루 온종일 사방으로 해를 볼 수 있고
비료도 잔뜩 줄 수 있는 곳이었기에
어쩌면 그곳이 레몬 나무가 있기에 더 적합한 곳이겠다는 생각이었다.
얼마 뒤 우리는 흔들리는 차 안에서도 잘 버텨주기를 바라며
레몬나무를 단단히 동여맸다.
그렇게 어언 두 시간쯤을 달려 시골에 도착했다.
다행히 레몬나무가 심어질 만한 적당한 곳이 있었고
우리는 나무를 옮겨 심었다.
그것이 고작 몇 주 전의 일이라 잘 적응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여기보다는 백번 낫겠지 싶은 마음이었다.
이럴 바엔 진작 그 마당에 옮겨 심을 것을 하는 생각과 함께
미안한 마음으로 나무에 흠뻑 물을 주었다.
어쩌면 그 나무도 우리 집에 있는 게 불편했을지 모른다.
그저 곁에서 탐스런 레몬이 열리기를 기대한 내 욕심 하나 때문에
몇 년을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었다.
사람이든 나무든
결국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이 맞다.
아무리 욕심을 내고 그것은 탐한다고 할지라도
나의 레몬나무에 열매가 맺히지 않았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