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만에 꺼내어 본 나의 색동저고리.

십년만에. (102번째 이일)

by 김로기

여름옷을 정리하다가 커버에 곱게 쌓여있는 옷걸이 하나를 발견했다.

겉으로 더듬더듬 만져보니 대충 알 것도 같았다.

십여 년 전 내가 결혼할 때 맞춘 한복이었다.

풍성한 속치마와 핑크색의 치마, 색동저고리까지 함께 있는 나의 한복을

정확히 십 년 만에 꺼내 보았다.

보관이 잘 되어 있어서인지 어디 한 군데 낡아있지는 않았지만

지금 보니 참 촌스러웠다.

나는 사실 한복을 맞추고 싶지 않았다.

지금처럼 십여 년 동안 한 번을 꺼내 입을 일이 없을 것이라고 그때도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리 결혼한 큰아들 내외와 비슷하게 맞춰주시려는 어머님 덕분에

난생처음 한복을 맞춰 입게 되었다.

물론 결혼 식장에서 남편과 맞춰 입은 한복은

새신랑 새신부답게 화려하고 고왔다.

그 사람 많던 피로연장에서도 한눈에 띌 만큼 화려했으니까.

하지만 그때가 끝이었다.

나름 비싼 돈을 주고 맞춰 입은 우리의 한복은 그렇게 일회용으로 끝나고 말았다.

요즘은 가족이 결혼을 해도 한복보다는 정장을 맞춰 입는 편이고

그렇다고 지금은 있지도 않은 자식이 커서

결혼할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참으로 많은 시간이 남았다.

어쩌면 오지 않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하지만 그때 내가 한복을 맞추지 않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나섰다면

결혼도 하기 전에 여러 사람 피곤했을 것을 생각하니

지금 생각해도 나쁘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일회용 치고는 비싼 한복이었지만

그럴만한 날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복에 들인 비용을 다른 곳에 더 요긴하게 썼을 수도 있겠지만

그냥 모두가 적당히 만족스러우면 됐다 싶은 마음은 예전에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가끔은 나의 그런 둥그스름한 마음 때문에 손해 볼일이 종종 있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것들이라고 생각하니

이제는 딱히 불편하지도 않다.

다행히 남편도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덕분에

그런 일로 크게 갈등이 있지는 않지만

오히려 주변에서 우리를 답답하게 보는 경향도 없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이대로가 편하고

그렇다고 내가 마음먹는다고 절대 손해보지 않으며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본다.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힘을 주며 살아가야 할 것 같아서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지친다.

물론 내 것을 지키려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되

적당히 놓아주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나는 십 년 전 그날로 돌아가도 또다시 한복집에서 팔을 벌리고 서있겠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나를 포함한 모두가 적당히 만족스러운 상황이라면

흔쾌히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것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꽤나 나쁘지 않은 방식이고

그렇기에 앞으로도 이어갈 삶의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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