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어린아이보다도 천진난만했던 그날. (103번째 이일)
작년 여름 남편과 느지막이 여름휴가를 떠났다.
목적지는 강릉.
몇 해 전에 묵었던 숙소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그 숙소에 방문차 또다시 강릉으로의 여행을 떠났었다.
모두에게 그렇겠지만
우리에게는 언제나 별다른 목적이 없다.
그저 먹는 것.
대부분의 나들이가 먹기 위한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여행 또한
우리가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마시기 위한 곳으로 향하게 된다.
그럼에도 그 숙소를 위해 목적지를 정했다는 것은
대단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창문 밖으로 어느 하나 가릴 것 없이
온전히 보이는 아름다운 수평선의 바다와.
완전한 실외도 아닌 곳에 위치한 지극히 프라이빗한 바비큐 시설.
그리고 이토록 깔끔할 수 있을까 싶은 쾌적한 실내.
그 모든 것들이 우리를 종종 그 숙소에 머물게 한다.
그 해에도 우리는 강릉으로의 여행을 떠났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여름휴가와는 달리
끊어질 듯 이어지는 소나기가 우리를 조금씩 실망하게 했다.
결국 우리가 갈만한 실내를 찾아야 했고
그러던 중 근처의 아쿠아리움을 발견했다.
나도 남편도 아쿠아리움은 처음이었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늘 신기하고 들뜨기 마련이라는 것을
수족관 가오리 앞에 선 마흔이 넘은 남편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저 가오리가 다가올 때마다 손을 휘저어댔고
수족관을 빙빙 돌며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 가오리를 보며
남편은 신이 났다.
그 후로도 대형 거북이를 보며 마치 서로 손바닥을 맞대기라고 하듯
남편은 거북이를 따라다녔다.
그 후로 우리는 근처에 있는 오죽헌으로 향했다.
분명 어린 시절 한 번쯤은 가봤을 법한 곳이었음에도
처음 가본 곳인 마냥 새롭고 신기했다.
마당에 심어진 배롱나무에 취해 한참을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서야
오죽헌을 나설 수 있었다.
궂은 날씨에도 우리는 하루 종일 싱글벙글이었다.
어느덧 그럴싸한 숙소나
나이에 맞는 여행지를 찾아다니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가
예상치 못한 소나기 덕분에 어린 시절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마치 처음 부모님의 손을 잡고 놀러 간 것처럼.
이따금 내리는 비 따위는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재미있게 놀았다는 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그런 날이었다.
나이를 먹어도 이토록 순수해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날.
그때의 사진을 보고 있자면
핼쑥해진 남편과 예전처럼 마냥 어리지만은 않아 보이는 내가 있다.
그럼에도 그 사진 속에는
어느 어린아이보다도 천진난만하고 예쁜 두 사람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