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공기 속에 무언가 있다.

각자에게 나누어진 몫을 감당하는 수 밖에는. (111번째 일일)

by 김로기

매년 끝을 모르고 높아만 지는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럴 때면 더위와 맞서 싸워가며 일하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뿐만 아니라 더위는 일단 사람을 예민하게 만든다.

더운 공기 속에는 사람을 예민하게 만드는 무언가 있는 듯싶다.

그래서 한여름 잘 넘겨보자며 외치던 파이팅도

무색해질 때가 많다.

최대한 같이 일하는 동료나 곁에 있는 가족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애를 써봐도

다짐한 만큼 쉽지는 않아 보인다.

차라리 추운 겨울이라면 각자의 온기가 서로에게 도움이라도 될 텐데

더운 공기 속에 그것들은 가까이에 누구도 적으로 삼고 있는 듯싶다.

어느 정점을 찍어야만 가라앉을법한 이 더위는

도대체 언제쯤 그 정점을 찍으려는지.

이제 절반쯤 지났을까.

기약 없는 여름 앞에서는 이미 지내 보낸 절반의 여름마저도 힘이 되어주지 못한다.

어찌해야 매년 다가오는 이 더위를 잘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해 봐도

막상 닥치고 보면 막막할 뿐이다.

사실 방법 같은 건 없다.

그저 참아 내는 것.

더운 공기 속에 있는 그 불쾌한 무엇도 모두 참아내는 것뿐이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와 열을 올리지 않기 위해서는

그저 나 스스로 감당하며 참아내는 것 밖에는 답이 없다.

비록 꽤나 괴로운 일이 되겠지만

그나마 그것이 서로에게 얼굴을 붉히며 한껏 열을 올리는 일보다는

훨씬 나은 일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러니 너무나도 지치고 힘든 요즘

그것이 오로지 나만의 것이라는 억울한 생각으로

서로를 괴롭히기보다는

모두에게 나누어진 몫이라고 생각하고

각자의 몫을 감당하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애를 쓰다 보면

어느새 여름의 정점에서도

서서히 내리막이 오는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때까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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