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깊은 화는 피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111번째 이일)
꿈을 꾸었다.
예전 회사에서 내가 불편해하던 사람이 나왔고
꿈에서도 그때와 비슷한 이유로
나는 화를 냈다.
꿈에서 깨고도 한참을 입으로 소리 내어 뱉지 못할 화가 입안에 맴돌았고
나는 한참을 다시 잠을 자지 못했다.
과연 예전에 분노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오래간만에 꾼 이유 없는 꿈에 불과할까.
이미 5년도 더 지난 일이었다.
그때는 그저 많은 직장인들이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할 것들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나를 포함한 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어딘가에 소속되어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돈을 털어 쓰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괴로운 것도
그저 단순하게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때 알았어야 했다.
그때 그 괴로움과 그로 인해 피어나는 화는
마음속에서 쉽게 떼어낼 수 없다는 것을.
지금도 은연중에 그때의 일들을 생각하다 보면
명치 깊은 곳 어딘가로부터 이상하리만큼 화가 샘솟고
얼굴이 울그락 붉으락 하기도 한다.
여전히 내게 그 당시 누군가는 분노 그 자체이고
위태롭기만 한 발작버튼으로 남아 있다.
이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당장 회사를 그만두고 피하는 것이 아닌
마음속 분노를 다듬어가며
내 안에서 누군가를 떠올릴 때마다 일었던 화를
정리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다.
그랬다면 조금은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이따금 한 번씩 나를 당황스럽게 할 만큼
내 안에 잠들어 있는 화를 발견할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분노나 화의 감정은 단순히 그 순간을 피한다고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당장 눈앞에서 도망치고 떠올리지 않는다고 해도
내 안에서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