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휴대폰마다 저장된 그때의 추억. (111번째 삼일)
이삿짐을 정리하거나
한 번씩 서랍 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물건들을 정리할 때면
낡은 상자를 하나를 발견한다.
바로 그동안 나의 손을 거쳐간 휴대폰들이 들어 있는 곳.
가장 최근 몇 개는 다른 용도로 다시 쓰이고 있기 때문에
아주 예전에 사용하던 휴대폰들만이 들어 있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무렵 처음으로 휴대폰이 생겼다.
그 무렵 가장 친하던 친구 오빠가 사용하던 휴대폰이었는데
아주 최신폰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쓸만한 녀석이었다.
중고라는 사실은 그다지 내게 중요하지 않았다.
반 아이들이 하나둘 휴대폰이 생기는 것을 봐오면서
나는 언제쯤이나 가져볼 수 있을까 마냥 부러워하곤 했었다.
그러던 내게 친구가 건넨 휴대폰은 그야말로 뜻밖에 선물과도 같았다.
그게 아니었다면 우리 집 형편상 휴대폰은 꿈과도 같은 일이었다.
역시나 처음 가져본 휴대폰을 가지고 가장 먼저 하던 일은
주변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저장하는 일이었다.
친구들과 가족들.
그때는 그저 아는 번호는 모두 저장하곤 했던 것 같다.
마치 저장된 번호의 개수가 나의 대인관계를 설명하고 있는 듯이
하나씩 늘어가는 번호가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러다 휴대폰을 가진 주변 친구들도 하나둘 늘어갔다.
그때는 지금처럼 010으로 통일된 번호가 아닌
011, 017, 018 등등 여러 앞자리가 있었다.
그만큼 각자가 가진 휴대폰의 모양새도 다양했다.
비슷한 기종의 휴대폰이어도 각자의 꾸밈에 따라 모두 달랐다.
해가 지날수록 휴대폰의 종류도 기능도 다양해져 갔다.
너무 오래 지난 일이라 휴대폰의 겉모습만을 가지고 그 시절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지만
기기에 맞는 충전기로 한참을 충전한 뒤에 켜보면
그때의 감성이나 추억들이 조금씩 되살아 난다.
남겨진 문자나 사진들은 휴대폰만큼이나 촌스럽고 유치하지만
모두 그 시절에만 가능한 일이었기에
나름 소중하게 남겨져 있다.
지금의 남편에게서 받은 유치한 고백 문자 또한
어딘가 고스란히 남겨져 있을 것이다.
여전히 휴대폰은 24시간 가장 가까이에 있고
이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예전에 비해 기능도 용도도 다양해진 휴대폰은
지금의 내가 옛날 옛적 그것을을 보며 되새겨보는 추억보다도
훨씬 더 다양한 방법으로 많은 추억을 남길 것이다.
그날이 되어 기억될 오늘이 어떤 모습으로 남겨져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