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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도 그만이지만 사고는 싶은걸요.

나의 소비 욕구. (7번째 이일)

by 김로기

왜 이렇게 필요 없는 물건이 사고 싶은 걸까?

굳이 엄청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애써 필요성을 부여하며 구매욕을 끌어올린다.

신기하다.

딱히 소유욕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도

그런 식의 소비를 하는 것을 보면.

간식거리도 당장 필요 이상으로 구매 후

결국 냉장고 구석구석 자리만 차지하기 일쑤이다.

내가 착각하는 걸까?

나는 소유욕이 많은 사람인 걸까?

인터넷 결제가 활성화된 후

소비는 더욱 쉬워졌다.

일단 구매 사이트에 접속하는 순간

도파민이 샘솟는다.

졸리거나, 지루 할 때마다 쇼핑 어플을 열어 보면

잠이 싹 달아나는 것 같다.

시간도 겉잡을 수 없이 흘러있다.

스트레스를 쇼핑으로 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눈에 띄게 큰돈이 나가는 것은 아니라 충격이 덜하지만

한 달 치 가계부에는 소박한 결제들이 수북하다.

모아 보면 적지 않은 돈이다.

그런 소박한 결제를 뒤 따르는 핑계는 다양하지만

결국엔 굳이라는 한마디면 모두 사라지고 말 것들이다.

소박한 행복의 끝에 예상을 뛰어넘는 숫자가 기다릴 때도 있고

그럴 땐 아주 가끔 후회를 하긴 하지만

대부분 그때의 행복한 나를 위해

가족의 불편하지 않은 생활을 위해 쓰였다고 생각하면

그 정도 비용을 지불한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쌓여가는 소박한 지출이

"딱 그 정도" 수준을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적은 돈으로 꽤 많은 행복을 가지게 된 셈이다.

그것이 내가 없어도 그만인 그것들은 구매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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