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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프티콘.

돈으로 안부 묻기. (7번째 삼일)

by 김로기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돌리고 싶다.

기프티콘을 처음 주고받기 시작하던 그 시절로.

처음엔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생일이나 경조사에 애써 만남을 가지지 않고서도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나의 생일에도 말 한마디와 함께 날아온 기프티콘은 반갑기만 했다.

기프티콘의 개수가 늘어갈수록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 흐뭇하기도 했다.

얕은 생각으로 나쁘지 않게 살아왔구나 하는 마음까지 들게 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손쉬운 방법으로 마음을 전하던 일에

점점 의문이 들었다.

일 년 열두 달 연락도 한번 없다가 기념일에 맞춰 생일 축하한다는 한마디와 함께

기프티콘으로 연락을 받았다.

"잘 지냈어? 생일 축하해."

얼굴을 보고 그런 인사를 받았다면 머쓱할만한 상황이었지만

일방적인 글로 전해온 안부 인사에는

그런 내 감정 따위는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잘 지냈지. 고마워.^^"

그런 선물을 받고 몇 마디 나누다가

마음에도 없는 조만간 얼굴 보자는 말로 대화를 마무리 짓는다.

돈으로 안부를 물은 셈이 되어 버렸다.

그 친구와 주고받은 선물 히스토리를 살펴보니

이번엔 내가 받을 차례였나 보다.

곧 내가 줄 차례가 될 테고.

그런 오고 감이 쌓여갈수록

이게 무슨 의미인지에 대한 의문이 거듭 든다.

결국 내돈내산이 되는 꼴인데.

이왕이면 먹지도 않는 케이크이며, 혼자는 쓰지도 못할 커피세트 쿠폰들보다는

정말 내가 필요한 무언가를 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일 텐데.

어느 시점에 끊어야 할지를 망설이다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주고 받기를 모두 끊자고 생각해 봤지만

내가 줄 차례가 되었는데

혹시나 받을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까 싶어

망설여진다.

기프티콘 안부 묻기보다는

진심으로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생일을 보내던 때가 그립다.

지금도 카카오톡 상단에 생일인 친구 옆에 숫자가 떠 있는데

또 하루 고민하며 보내겠구나 싶다.

진심으로 괜찮으니

내 생일은 부디 잊고 넘어가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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