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콜라와는 달라. (107번째 삼일)
먹어 본 사람들은 안다.
병콜라와 캔콜라의 미세한 차이를.
따로 먹었을 때는 그 미세한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캔과 병을 나란히 앞에 두고
한 모금씩 맛을 보면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콜라 특유의 단맛과 탄산이 병콜라에서 가장 쌔다.
제조사에서는 유난히 병콜라가 더 맛있는 이유에 대해
제조과정에는 별차이가 없지만
아마도 유리병 속에 든 탄산이 가장 보존이 잘 되기 때문일 거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가 느끼기에도 캔보다 병이 더 톡 쏘는 느낌이 강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병콜라 겉면에 눈으로 보이는 냉기가
나는 지금 캔보다도 더 얼음장 같은 병콜라를 마시고 있다고
착각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어릴 때는 시중에서도 병콜라를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병콜라가 익숙했다.
지금처럼 한여름 더위에 잔뜩 땀을 흘리고 나서
학교 근처 문방구에서 병콜라를 한 병씩 사 먹곤 했다.
그땐 왜 그렇게 달고 시원했을까.
지금보다 조금 작았던 것 같기도 하고 컸던 것 같기도 하고.
사실 크기나 모양에 관한 기억은 잘 없지만
길쭉하고 끝이 구부러진 빨대를 병에 꽂아 마셨던 기억만큼은 생생하다.
하지만 요즘은 식당이 아니고서야 병콜라를 보기란 쉽지 않다.
몇 해 전에는 병콜라가 너무 마시고 싶던 차에
식당에서 마주친 병콜라를 보고
추가로 몇 병 더 주문해서 가방에 숨겨 나왔던 적이 있을 정도다.
콜라값을 결제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당당하게 들고 나왔어도 됐을 것 같은데
그때는 왠지 남의 것을 훔치기라도 하는 것 마냥
혹시라도 병 부딪히는 소리라도 들릴까
병콜라가 든 가방을 꼭 안고 서둘러 식당을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신줏단지 모시듯 들고 나와서는
먹지도 않고 한참을 보관해 두었던 것 같다.
결국 너무 오래도록 방치해서인지 콜라는 김이 빠져버렸다.
그 뒤로 얼마 뒤 그런 나의 이야기를 듣고
한 지인이 술집을 운영하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병콜라를 박스채로 선물해 준 적이 있다.
스무 개가 넘는 병콜라가 눈앞에 떡하니 생기자
그제야 냉장고에 넣어두고 하나씩 먹었던 것 같다.
물론 추억의 맛이 더해진 예전의 그 맛만은 따라오기 힘들겠지만
여전히 병콜라가 더 맛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다.
신기한 건 맥주도 캔맥주보다 병맥주가 더 맛있다는 거다.
이제는 버릴 때 무겁고 불편해서
어쩔 수 없이 캔 위주로 구매하려고 하고는 있지만
맛만큼은 분명 병콜라나 병맥주가 더 맛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