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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추천은 폭력이 된다.

친절한 사람이라는 착각. (9번째 이일)

by 김로기

나는 한 가지를 좋아하면 그것에 대해 한동안 과하게 몰입하는 편이다.

그것에 대해 깊게 파헤치고, 온종일 머릿속에 두고 생각하다 보면

급격하게 애정이 쌓이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내 자식 자랑하듯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일이 많아진다.

진짜, 정말, 최고.

내가 갖다 붙일 수 있는 가장 훌륭한 말들을 덧대여 권하며

스스로 만족스러워하곤 한다.

이렇게 좋은 걸 나만 알고 있지 않고 모두에게 알리다니.

나는 정말 친절한 사람이구나.

그렇게 착각한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런 생각이 나의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어느 날.

나는 친구와 함께 나의 루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새벽 기상에 관한 이야기 었는데

하루 중 가장 집중력이 높은 시간이 아침 시간이며

그 시간을 활용하려면 새벽 기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나조차도 누군가에게 권할 만큼

완벽하게 습관화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섣부르게 추천하기도 했었지만

짧게나마 겪었던 좋은 느낌에 대해

나 말고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하는 좋은 취지였던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내가 그것을 권하며 느낀 사실은

상대가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내가 하는 추천들은

그것이 더 말할 것 없이 좋은 것이라고 해도

오히려 부담스럽게 다가 올뿐이라는 것이었다.

상대가 부담스럽다고 표현을 하지도 않았고, 그저 들어줄 뿐이었는데

어떤 이유였는지 모르겠지만

그날의 대화에서 나는 나의 추천이 폭력적이라고 느껴졌다.

나의 의도와 달리 받아들이는 상대의 마음이 더 중요한 것이었다.

그제야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동안의 나의 애정으로부터 시작된 친절이

상대로 하여금 폭력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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