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울고 싶지 않지만.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나의 눈물샘. (9번째 삼일)
요즘 부쩍 눈물 흘리는 일이 잦아졌다.
드라마에서 보면
오늘만 울께. 오늘까지만 울께.
역경에 닥친 주인공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가능한 일일까.
요즘 들어 너무 과민하다 싶을 정도로 눈물 흘리는 일이 잦아졌다.
성큼 다가 온 가을 탓인가.
호르몬에 문제가 생겼나.
감정이 극도로 예민한 상태는 아닌 것 같은데
꼭 눈물샘에 문제가 생긴 것만 같다.
얼마 전 노부부가 나오는 다큐를 보는데
어김없이 눈물이 흘렀다.
젊은 부부도 아니고 노부부라니
눈물샘이 일을 하기 시작한다.
잠시 흐르다 말 줄 알았던 눈물이 멈추지 않자
남편이 말했다.
"동정하는 건 아니지?"
당황했다.
늘 부정적이라고 생각했던 단어라
바로 그건 아니라고 대답했는데.
정확한 뜻이 궁금해서 찾아보았지만
부정적인 뜻은 아니었다.
근데 밖에서 이런 식으로 눈물을 흘리다 보면
동정이라는 표현이 아니더라도
오해를 받을 만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조금 다스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어떻게?
아침부터 애써 화장까지 한 얼굴인데.
나라고 눈물자국을 새기고 싶지는 않단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내 눈물샘은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예전 나의 결혼식 당일에도
비슷한 일로 걱정이 앞섰던 적이 있었다.
그날만은 내 눈물샘이 가동하지 않기를 바랐고
며칠 전부터 신경 쓴 탓인지 헤헤 실실 거리며 무사히 결혼식을 마쳤다.
엄마가 서운해할 정도로.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친구며, 직장 동료며 참석한 결혼식마다 대성통곡을 했다.
마치 사연 있는 사람처럼.
내 결혼식이 생각났다.
그날의 나와 엄마와 아빠가 생각났다.
친정집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도 서럽게 울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많이 울었다.
겉으로 흐르지만 않았을 뿐 결혼식 날부터 마음에 고여 있었나 보다.
그날 흘렸어야 할 눈물이.
눈물은 쌓이는 것 같다.
결국엔.
적어도 나한테 눈물은 그렇다.
그냥 우는 편이 낫겠다.
너무 과하게는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