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맛있는 유혹으로부터. (10번째 일일)
배가 고프다고 느껴질 때가 좋다.
어떤 일을 열심히 해서 이루어낸 성과같이 느껴져서 좋다.
배가 고파졌다는 것은 음식의 유혹으로부터 이겨냈다는 것이니까.
다들 마찬가지겠지만
맛있는 음식을 마다하기란 쉽지 않다.
식탐이 없는 사람들이 부러워진다.
적당한 양의 끼니를 먹는 것쯤은 좋다.
하지만 끼니를 넘어서 식탐이 나의 의지를 집어삼키는 순간.
나는 또 더부룩한 배를 어루만지며 잠이 들던지
소화제를 챙기던지 해야 한다.
다들 미련하다고 말하겠지만
맞다.
하지만 이런 미련함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고 나는 누구보다 먹는 것에 있어서 만큼은 의지가 약하다.
다이어트도 많이 시도해 봤지만.
역시나.
다행히 체질 자체가 술이 잘 받지 않아서
술살만은 거들고 있지 않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를 보내다 보면 식탐으로부터
유독 괴로운 순간이 있다.
퇴근 시간.
그 시간엔 어김없이 배가 고프고
자연스럽게 나의 눈과 손은 먹방 콘텐츠로 다가간다.
그러다 보면 무서운 천재 알고리즘은
나를 더 깊은 먹방의 늪으로 끌고 들어간다.
붉고, 꾸덕한 음식들이 인스타그램의 한 칸 한 칸을 차지한다.
결국 예상에 없던 배달 어플에까지 손이 가고 만다.
그러다 보면 자기 전까지 불편한 속으로 뒤척이다 결국 잠이 들고 말겠지.
주말은 말할 것도 없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입엔 무언가를 씹고 있을 때가 대부분이니.
하루 이틀 그런 하루가 반복되다 보니
당연히 위염, 식도염이 따라오게 되고.
또 지난날에 대해 후회하고.
지긋지긋한 반복적인 패턴이다.
이러니 가끔가다 한 번씩 배가 고파서 꼬르륵거리기라도 하면
기분이 좋다.
물론 잠시겠지만.
아침이면 그다지 애쓰지 않고 그 성과를 얻어낸 듯해서 기분이 좋지만
일단 눈을 떴으므로
나는 또 이겨내야 한다.
온갖 맛있는 유혹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