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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이 삶의 시야를 좁힌다.

잠은 집에서, 화장실은 내 집 화장실. (10번째 이일)

by 김로기

어느 날인가부터 잠자리가 바뀌면 쉽게 잠을 자지 못한다.

특히나 익숙하지 않은 공간.

장거리 여행을 가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어쩔 수 없이

다른 곳에서 숙박을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고서는

웬만하면 잠은 집에서 자는 편이다.

어딘가에서 안 좋은 경험을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묵었던 곳이 엄청나게 더러웠던 것도 아니었지만

어쩌면 내 집보다도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웬만하면 아무리 늦더라도 집에 와서 자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예전에는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더라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고 오는 일이 많았는데

어느샌가부터 싫어졌다.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정말 급하지 않으면 외부의 화장실은 잘 이용하지 않는 편이다.

더군다나 잘 관리되지 않는 상가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불편을 늘어놓으면

내가 덜 급해서 그런 소리를 한다고 타박할게 뻔한데.

물론 맞다.

정말 급하면 이용한다.

아니, 이용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일이 발생되기 전에 나는 집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왜 이렇게까지 예민하게구냐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도 예전에는 같은 마음이었다.

까탈스럽게 구는 사람들이 유난스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하나씩 하나씩 가리는 게 늘어 간다.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에도 점점 제약이 늘어간다.

그래서 캠핑을 못 간다.

자연 속에서 하루 종일 햇살을 즐기며 여유 있게 하루를 보내고

내 성향과 너무 잘 맞는 취미 생활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재작년 한번 다녀온 뒤로

다시 가지 않는다.

밥을 먹을 때도, 물을 마실 때도

혹시 모를 뒷 일이 걱정돼서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그 뒤로는 애초에 시도 조차 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줄어들어 버렸다.

이렇게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예민한 일들 때문에

점점 삶의 시야가 좁아지고 있음을

또 한 번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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