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가볍게.

결국 나는 티끌이 될지어니. (10번째 삼일)

by 김로기

회사 일에 우울해하고 있으면

항상 남편이 말한다.

"가볍게 생각해."

가볍게 생각하란다.

처음에는

"자기 일 아니라고, 그쪽이나 가볍게 생각하시죠." 하고

흘려듣곤 했다.

내가 그게 됐으면

이렇게 머리 아프게 앉아 있지는 않았겠지.

그렇게 몇 날 며칠을 흘려 들었는데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회사 일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당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회사 일이라고 해서

내가 모든 걸 책임질 필요는 없지 않은가.

무책임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의 일이 아니고, 회사일이 아니던가.

회사는 각 부서의 팀장들이 있을 것이고, 그 상사의 상사.

결국은 대표가 책임을 지게 되어있다.

그래서 결재라는 것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애쓴다 한들

내 선에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은.

굳이 내가 모두 짊어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나의 위치에서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되.

그 범주에서 벗어난 것들은 이미 나의 손을 떠난 것이다.

곱게 싸서 보냈지만, 도중에 폭발해 버리는 것까지는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까.

그런 것들에까지 책임을 다하려다가 결국 내 일에서 까지 손을 놓게 돼버리기 전에

구분을 하자.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애씀에도 불가능한 것.

그런 것들에 관해서는 가볍게 넘겨버리도록 하자.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우주 한가운데에서 나는 그저 티끌과도 같다고

내가 지금 느끼는 모든 압박감들이

내가 생각하기에 따라

벅차고 힘든 일이 되기도

별거 아닌 일이 되기도 한다.

가볍게 생각하고 넘기는 연습을 하자.

삶의 한가운데가 아닌

가장자리 어디쯤에

티 나지 않는 정도의 일이라고 생각하자.

그리고 괴롭지 말자.

깊게 생각하자고 들면 한 없이 깊을 테니까.

그저 티끌같이 가벼운 그것이었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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