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는 습관.
걱정인형의 어머니. (11번째 일일)
요즘처럼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게 된다.
하지만 그런 날씨를 즐기는 사람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당연히 나 하나뿐은 아닐 것이다.
나만의 숨은 명소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면
어디서든 주차장 눈치싸움은 있기 마련이다.
그곳이 핫하면 핫할수록 눈치싸움은 더 치열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먹고 어디 놀러 가려고 나갈 때면
설레는 마음과 동시에 걱정이 동반한다.
주차할 곳이 없으면 어떡하지.
주차 자리가 없어서 다시 돌아오게 되면 어떡하지.
그런 일을 대비해서 도착지로 가는 내내
불안한 마음으로 근처의 모든 주차장을 검색하고 기록해 둔다.
하지만 그런 초조한 마음이 무색할 만큼
실전에서 그 기록들을 다시 살펴볼 일은 많이 없었다.
그저 걱정이 괜한 일을 만들었을 뿐이었다.
일어날지 아닐지도 모르는 일에 대해 대비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차지하게 되었다.
주차에 대한 걱정뿐만 아니라
발생되지 않은 무한한 상황에 대한 걱정은 날로 늘어갔다.
어느새 걱정도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살아온 만큼 많은 걱정에 대한 데이터가 쌓였고
그럼 그만큼 필요 없는 걱정이었다는 것도
충분히 알고 있을 텐데
나의 걱정은 왜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걸까?
오히려 확률로 따지면
걱정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몸소 느껴 알고 있을 텐데
이젠 걱정을 하지 말아야지가 아니라
더 많이 그리고 더 촘촘히
대비책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나를 보면
아 이 생에서는 걱정 없이 살기란 글러먹은 건가 싶다.
분명히 어딘가에는 쓰임이 있을 나의 대비책들이
빛을 발할 날 따위는 오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럼에도 걱정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로
걱정에 대한 조금의 걱정이라도
덜어 낼 수 있는 삶이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