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리철판 볶음밥.

우리만 아는 진짜 추억의 맛. (114번째 삼일)

by 김로기

대학시절

학교에 가는 날이면

엄마의 주머니를 털어 하루 만원씩 용돈을 받았었다.

그때 주변에는 이미 갖가지 알바로 자기 용돈을 벌어 쓰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그런 이유를 무시하고

매일 만원밖에 들고 가지 못하는 내가 불쌍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다 큰 딸의 용돈이나 책임져야 하는

엄마의 신세가 더 불쌍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뻔뻔하고 당연하게 타낸 만 원짜리 한 장은

대학생이었던 나의 하루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함께 할수 있게 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언제나 근처에 있는 시내로 향했다.

매일같이 우리가 들렀던 식당은

'둘리철판 볶음밥'이라는 볶음밥 집이었다.

그냥 철판에 이런저런 재료를 넣고 볶아낸 볶음밥일 뿐이었는데

그땐 그게 왜 그렇게도 맛있었는지.

햄과 버섯 해물과 야채.

기본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토핑이 하나 둘 추가될수록

500원씩 가격이 비싸졌다.

그중 모든 재료가 한꺼번에 들어간 모둠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 모둠 볶음밥을 먹으면

그다음에 카페에 갈 돈이 모자랐기 때문에

늘 한 가지 재료가 들어간 볶음밥만 먹곤 했었다.

그래도 맛과 양은 언제나 우리를 풍족하게 했기 때문에

우리의 선택에 후회란 없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한동안은 그곳에 가볼 일이 없었다.

그러다 얼마 전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중 우연히 그 집이 생각났다.

지금 사는 곳과 그다지 거리가 먼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남편과 함께 방문했었는데

맛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느낌이었다.

달라진 거라곤 좌식이었던 공간에 식탁과 의자가 채워진 것뿐이었다.

십여 년 전 추억의 맛이 그대로 느껴졌다.

물론 가격은 조금 오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한 끼 식사의 가격이었다.

남편은 그저 그런 철판볶음밥의 맛이라고 했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 시절의 맛은 남편이 절대 알리 없었다.

그 뒤로도 종종 생각나곤 하지만

생각처럼 자주 방문하진 않게 된다.

웬일인지 남편과 함께 먹을 때는 그때의 맛이 온전히 느껴지지 않는 이유 때문인 것도 같다.

어쩌면 조금은 변해버린 그때 그 친구들과 그 맛을 느끼러 한번 가봐야 할 것 같다.

그 시절 우리의 '둘리 철판 볶음밥' 집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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