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낙이 사라졌다.

무기력 그 자체. (119번째 일일)

by 김로기

모든 삶의 중심이 먹는 것 하나로 통하던 내게

어느 날 삶의 낙이 사라졌다.

나는 여행지를 결정할 때도

오래간만에 데이트를 할 때도

가장 우선으로 선택하는 것이

무엇을 먹느냐 하는 것이었다.

돈을 버는 이유 중에 하나도

맛있는 것을 먹는 것에 돈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서였고

SNS는 온갖 음식들의 알고리즘으로 가득했다.

그러던 내가

어느 날부터 식욕이 사라졌다.

식욕은커녕 음식 생각만으로도

하물며 는 지나다 보이는 음식 사진만으로도

속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바깥으로의 외출도

매일같이 들여다보던 식료품 장보기도

모두 멀어져만 갔다.

날이 갈수록 소파와 한 몸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하고 싶은 일이 사라지자

가장 먼저 느는 것은 잠이었다.

하루 중 의식이 또렷하게 깨어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싶었다.

느지막이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고

초저녁부터 슬슬 몽롱한 상태로 힘없이 집안 어딘가에 쓰러져 있다.

누가 보면 우울증이나 무기력증에 걸린 사람처럼

힘 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다.

눈꺼풀조차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몸은 마냥 잠에 들고 싶은 모양이었다.

이런 나의 몸상태는 결국 집안을 하나둘 어지럽히기 시작했고

남편의 아침을 마중하는 일은 꿈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그저 식욕이 사라졌을 뿐인데

참으로 많은 것들이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삶의 의욕이 사라진다는 것이 이토록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그동안은 전혀 알지 못했다.

언제쯤 삶의 의욕이 다시 되살아날지는 모르겠지만

무기력한 지금의 삶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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