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하루가 반복되더라도.

결국 나는 다시 일어난다. (122번째 이일)

by 김로기

하루에도 수십 번 컨디션이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그저 누워 있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아침에 일어나 무거운 몸을 침대 밖으로 질질 끌고 나오기까지는 성공했는데

다시 소파에 눕고 만다.

그런 하루가 반복되다 보니

열심히 쌓아 올린 구석구석의 작은 근육들과 하루의 루틴들은

이미 무너진지 오래가 되었다.

이제는 컨디션이 좋은 것이 어떤 것인지조차 헷갈릴 때가 있다.

그저 하루 중 괴롭지 않은 순간을 만날 때면

그나마 집안 구석구석을 돌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몸을 움직여야만 한다.

하지만 그도 얼마 지나지 않아 힘이 풀려 눕고 만다.

이마에 손을 얹고 잠시 누워있다 보면

어느새 열어둔 창문 너머로 조금씩 시원한 바람이 느껴지는 것이

이제는 정말 여름을 마칠 준비가 되었나 보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 지치는 여름이었다.

그것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겪는 어려움이었다면

늘 그래왔듯 다른 누군가와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했겠지만

올해는 그저 나 혼자만의 산을 넘고 또 넘는 것 같아서

조금 외롭기도 했던 것 같다.

인생은 원래 혼자가 가능해야 함께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것을 더 찰지게 경험할 수 있던 계절이었던 것 같다.

나에게는 앞으로 남겨진 혼자의 날들과

그러다 조금 지칠 때면 함께 버텨 줄 사람이 있다.

결국 일 인분의 삶을 살아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그 사이에 괴로운 날들 또한 분명 있겠지만

그럼에도 그런 나를 지지해 줄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를 살아내 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혼자만의 긴 싸움이라고 할지라도

중간에 지쳐 쓰러지지는 않을 것이다.

살아오면서 적어도 그 정도의 믿음은 생긴 것 같다.

어디서 무얼 하든

그들과 함께라면 나는 결코 주저 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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