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나의 다짐. (122번째 일일)
요 며칠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보내는 나는
한량이 따로 없다.
사정을 알지 못하면 그저 게으르고 나태한 사람에 불과하다.
하지만 나름의 사정을 알고 있는 남편은
고맙게도 늘 나의 안부를 물어온다.
"오늘은 좀 어때?" 하는 물음에
나의 대답은 대부분 비슷하다.
"그냥 그래." 혹은 "별로 안 좋아." 다.
정말 매일의 컨디션이 바닥을 기고 있지만
그냥 좋다고 말할까 하고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고
전혀 나아진 모습 없이
오히려 더욱 늘어진 모습으로 남편을 대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덩달아 기운이 없어지는 것 같다고.
그렇다.
우리는 서로 간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는 부부에 가깝다.
어느 부부가 그렇지 않겠냐만은
우리는 서로의 에너지로
서로를 감싸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상대가 기분이 나쁘더라도
다른 하나가 에너지를 보태면
금세 좋아지기도 한다.
그런 우리가 어느 날부터인가 말수가 줄고
표정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예상하건데 아마도 나의 컨디션 때문이 아닐까 싶다.
웬만하면 밝게 웃고
가급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던 내가
웃지 않고 말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 두 사람은 조금 어두워진 것 같다.
남편은 망설이다 내게 한마디 건넨 듯 보였다.
그 말을 듣고 생각이 많아졌다.
우리 둘이 만들어가는 지금의 우리 가족을
내가 조금 어둡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조금 숨겨보기로 했다.
숨긴다는 말보다
힘을 내어보겠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듯 하지만
어차피 나 혼자 감당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라면
내가 더 노력해 보는 걸로.
그래서 우리가 예전의 밝음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간 눈치 보며 주위를 맴돌았을 남편에게 많이 미안해졌다.
남편이라고 언제나 웃는 얼굴이 당연한 하루는 아닐 것이다.
앞으로 더 힘든 일이 많을 테지만
조금 더 힘을 내보겠노라고.
그래서 예전의 우리의 모습을 되찾아보자고.
나는 오늘 그렇게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