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고백

그저 고마울 뿐이야.

by 김로기

날이 좋아서 창문을 열어놓고 잠시 밖을 내다봤어.

아직 쌀쌀한 날씨임에는 틀림없지만

모처럼만에 맑은 날씨가

절로 기분이 좋아지게 만드는 날이란다.

작년 이맘때쯤엔 한창 병원에 다니며

마음 졸이는 날들이 많았는데

그때는 몰랐어

일 년 뒤 내가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을 줄은

매일 매주 반복되는 날들에도

너희 아빠와 나는

최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했어.

사실은..

서로에게, 결국은 스스로에게 상처를 덜 남기기 위해

훗날의 후회를 없애기 위한 시도일 뿐이라며

말뿐인 위로를 건네곤 했지만

어쩌면 하루하루가 더해질 때마다

조금씩 감정의 변화를 겪을 때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간절함을 더해가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해.

네가 우리에게 오기 전

한 번의 실패를 겪고도 이제 겨우 처음이라며

태연한 척하면서도

갑자기 주체하지 못할 눈물을 흘리곤 했었는데

그 때문인지

네가 새롭게 자리를 잡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한동안은 온전히 받아들이지도

너무 큰 기대를 하지도 못했던 것 같아

아마 그때 나는 인생 최고의

겁쟁이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해

서서히 몸의 변화가 시작되고

드디어 너의 심장소리를 듣던 날.

그날이 되고 나서야 나는 조금 마음을 놓고

왈칵 눈물을 쏟고 말았어

그동안의 조마조마했던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작은 심장소리로 나를 다독여주는 너를 만나고

드디어 나도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서서히 믿기기 시작했나 봐

많이 힘들지는 않았어

그때도 지금도

몸이 힘들어져도 하루하루가 괴로워져도

신기하게도

네가 나를 힘들게 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아

너는 나를 힘들게 하지 않아

그저 고마울 뿐이야.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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