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고백

내게 오기 위해 애쓰던 시간.

by 김로기

너와 만나고 입덧으로 한창 힘들 무렵엔

막달이 되면 더 힘들 거라는 사람들의 말이

그저 그들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어

그런데 막상 내가 배가 불러오고

움직임이 둔해지기 시작하니

그들의 이야기가 마냥 그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더라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도 많고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라서

아직은 입덧의 고통에는 비교할 것이 못되겠지만

남은 50여 일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을 거라는 걸

조금씩 체감하는 중이라고나 할까.

너도 언젠간 알게 되겠지만

자신의 고통이 타인의 고통보다도

언제나 가장 우선이 되곤 한단다.

나는 위 속에 든 모든 걸 토해내지도

그렇다고 막달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할 정도로

입덧이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출렁이는 침대에 누울 때면

마냥 괴롭기만 해서

늘 딱딱한 바닥에서 잠을 청하곤 했었어.

그마저도 제대로 잠에 드는 날을 손에 꼽아야 했지만 말이야.

그때는 양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너라는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기 때문에

종종 걸려오는 전화에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통화를 하곤 했었어.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는 아빠를

배웅하는 일조차 쉽지 않아 졌을 때는

그저 안쓰러운 두 눈으로 나를 살피다 나가는 아빠에게

잘 다녀오라는 말 한마디밖에 건넬 수가 없었어.

그렇게 몇 달을 소파에 누워 지내다가

입덧약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조금씩 조금씩 일상을 되찾아가기 시작했어

그런데 나중에 알게 되었어.

그동안 나를 괴롭히던 시간들이

네가 나에게 온전히 자리 잡고 있다는 표시라는 것을.

그저 나 혼자 힘든 시간을 겪어냈다고 생각했던 동안

나만큼 너도

아주 작은 몸짓으로

내게 오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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