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 있는 설렘에는 뒤통수를 맞을지도.

by 김로기

가끔 주변 지인들에게서 어떤 질문을 받곤 한다.

결혼할 사람은 만나자마자, 혹은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거냐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도 생각을 해보긴 하는데 사실 나조차 그런 경험을 통해 결혼을 한 케이스는 아니기 때문에 옳은 답변을 해줄 수는 없다.

옳은 답변이 있기야 하겠냐마는.

나도 그런 이야기들을 들은 기억이 있는 것을 보면 뭔가가 있는 게 분명한 것 같지만, 사실 나랑은 관련이 없는 이야기다.

나야 뭐.

처음 연애했던 사람과 결혼까지 하게 되었으니, 나도 모르게 내가 느낀 무언가가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전하고 싶은 말은 있다.

내가 좋아하는 대다수의 것들이 너무 잘 맞는, 한마디로 취향이 잘 맞는 상대보다는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한 가지를 공감해 줄 줄 알거나, 그 한 가지를 피해서 결혼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연애를 하다 보면 취향은 잠시 맞춰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콩깍지의 연속이고, 연애는 많은 것을 착각하기 쉬운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때의 감정에 속아 내 취향조차 착각하게 되는 순간.

순간순간 그가 좋아하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는 착각이 들게 할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도 좋아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도 있다.

온갖 착각 속에 행복하며 설레는 것.

그것이 연애가 아닌가.

하나 연애가 그런 착각들 속에서 피어나는 순간의 설렘을 이어가는 시간이었다면

결혼은 그런 착각들이 깨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그 착각이 깨어지게 되면 내가 그것들을 언제 좋아했으며, 하물며 왜 좋아했지 하는 나 스스로도 어이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많은 실망과 절망의 순간을 마주 하게 될 것이다.

취향이 잘 맞는 결혼에 대하여 그저 나의 착각에 대한 실망스러운 순간의 연속일 뿐이니

절체절명의 위기상황까지 가는 일은 드물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한 가지를 그가 공감해주지 못하거나, 그가 그 한 가지의 주인공이 된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무언가를 극도로 싫어한다는 것은, 불쾌함이 잠시 스쳐간 것이 아니다.

순간이 뇌리에 박혀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는 것.

내가 다른 것을 다 포기하게 만드는 것.

그 정도의 분노유발이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을 넘어서 매 순간이 분노에 휩싸이고, 그가 나의 극도로 싫어하는 무언가의 절대 악이 된 셈이니.

과연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설렘이 줄어든 상황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지치고 말 것이다

한두 해를 견뎌내는 싸움이 아니다.

몇십 년을 서로 버티고, 견뎌서 먼 훗날 서로에게 가장 큰 애증과, 애정의 그 어딘가쯤에 놓여

나도 모르게 상대의 일상에 스며들게 되는 것.

그것이 결혼이다.

그러니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것을 가진 미래의 어떤 그가 그 외엔 나와 모든 취향이 잘 맞는다고 해도 한 번쯤은 깊이 고민해 보는 것이 좋겠다.

그 설렘은 끝이 있다.

하지만 나의 극불호는 지속된다.

다행히도 지금의 남편은 내가 극도로 싫어하는 부류의 사람과는 거리가 있다.

매번 싫어하는 것들이 바뀌곤 하지만, 그 정도의 지나치는 싫음 말고 어떤 느낌이 들었을 때 그간 가져왔던 모든 순간들을 덮어버릴 만한 싫음이 있다.

내게 있어서는 상대의 자존감을 깎어버릴 정도의 자기 우월감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특히나 그런 존재다.

내가 제일 대단하고, 상대는 자신의 발끝도 못 따라온다고 낮추어 생각하며 말하는 그런 부류.

나는 위와 같은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다면 아마도 스스로를 저기 지하 끝으로 몰아세우고 그 속에 고립되어 버릴 수도 있다.

나 자체가 기본적으로 자존감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도, 행동도 그것들을 보완하기 위해 애쓰며 살아가지만

그런 말과 행동으로 나를 억누르려고 한다면 아마 곁에 있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억지로라도 곁에 있게 된다면 결국 파국을 맞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 외에도 냉정한 말투나, 기타 여러 가지 싫어하는 부류가 있지만 다행히도 지금의 남편에게서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 남편은 나와 대부분의 취향들이 맞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 옆에 있으면 편안함을 느끼고 안정된 관계라는 것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

때론 부딪히며 서로 날을 세울 때도 있지만, 그 쯤이야 나를 배 아파 낳아준 부모 사이에서도 생길 수 있는 갈등이니까.

그럼에도 나는 그 옆자리가 결국 돌아갈 곳이라고, 그만큼 편안하고 안정된 나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곳이라고 느낀다.

결론적으로 한때의 착각에 속아 기한이 있는 설렘에 뒤통수를 맞기보다는

적어도 나라는 사람에게 있어 절대 악이 될 사람을 만나지는 않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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