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번째 고백

그것 하나로 충분했었어.

by 김로기

아주 오래전 이야기지만

네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몇 주 뒤에

병원을 통해

성별을 알려오는 전화가 왔었어.

사실은 말이야

그때는 가족들 모두가

네가 여자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말이야.

지금으로선 터무니없는 추측들이었지만

나라고 다르지 않았었어.

주변에서 다들 그렇게 말하곤 하니까

왠지 나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봐.

그러다가 병원에서 전화를 받고

네가 여자 아이가 아니라

남자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어딘가 모르게 멍한 기분이 들더라고

괜히 있지도 않았던 딸을 하나 잃은 기분이었어.

그런데 그것도 채 하루를 넘기지 않더라고

지나가는 남자아이들마다 눈길이 가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남자아이들을 보며

네가 자라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고

그럴 때마다 늘 흐뭇하고 행복했어.

네가 딸이든 아들이든

결국 아무 상관이 없던 거야

그저 네가 건강하기만을 바라면서

다른 건 아무런 상관이 없었어.

그저 건강한 네가 우리에게로 와주었다는 것.

그것 하나로 충분했거든.

지금도 마찬가지야.

우린 그거면 충분하단다.

네가 건강하길.

몸도 마음도 건강만 하길.

네가 어디서 무얼 하든 그러기만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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