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차 본 거 또 보기. (11번째 삼일)
영화나 드라마를 반복해서 보기를 좋아한다.
여러 번에 걸쳐 보게 된다는 것은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한다.
처음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는
엄청난 집중도를 발휘해서 보지는 않는다.
무심결에 채널을 돌리다가 중간부터 볼 때도 많고
이동 중에 소리만 듣고 지나치는 장면도 꽤 많다.
이런저런 OTT 구독이 늘어가면서
영화관에서 각 잡고 영화를 관람하는 일이 많이 줄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영화를 접하고, 즐길 수 있게 되어 좋지만
예전처럼 "영화를 관람했다." 하는 느낌은 많이 줄었다.
흔히 방구석 영화관이라 하는 넷플릭스는
방대한 양의 영화가 있어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가도
결국 선택하지 못하고 예전에 재밌게 봤던 영화를 보게 되는 일이 많다.
시큰둥하게 틀어두고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다가도
점점 영화에 집중하게 된다.
취향은 변하지 않았나 보다.
어느새 영화에 빠져들어 이 영화를 선택한 자신이 기특해질 때쯤엔
예전에 봤던 영화라는 사실을 잊게 되는 것 같다.
그때와 지금의 시간이 길면 길수록 그 생각은 더 강해진다.
하지만 그 당시 좋았던 감정이 남아 있는 장면은 여전히 인상 깊게 다가온다.
특히나 OST의 힘이 위대하다고 믿는데
그 음악의 진동이 심장박동을 타고 마음에 스며드는 것 같다.
그때의 장면과 음악이 같이 뇌리에 박히는 느낌이다.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봐도
설레는 장면은 계속 설레는 것 같다.
너무 많이 봐서 거의 외울 정도로 익숙한 장면이지만
감정은 그대로인걸 보면.
장면과 음악이 잘 맞아떨어지는 순간의 설렘은
닳지 않는 것 같다.
내게는 영화 클래식의 한 장면이 그러하다.
벌써 스무 번도 더 본 장면이지만 익숙한 듯 설렌다.
익숙함에도 설렐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영화 이외에도
좋은 감정으로 남아 있는 여러 편의 드라마들이
항상 나의 찜한 콘텐츠에 올라와 있다.
새로운 드라마를 여럿 보기보다는
한편을 곱씹어 보는 것이 나와 맞는 것 같다.
거듭 반복할 때마다 발견하는 것들도 신기하고
그래서 느껴지는 감정들도 좋다.
무언가를 반복해서 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