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기억되기를. (20번째 삼일)
학교 운동장을 보면 어딘가 아련한 느낌이 든다.
아련하다는 뜻을 자세히 적을 수는 없어도
학교 운동장을 보며 아련하다는 느낌을 생각하면
그때는 그 말에 대한 뜻을 정확히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오랜시간 매일같이 지켜봐 와서일까.
유난히도 그곳에서 보내온 시간이 많아서일까.
방과 후에는 운동장을 가로질러 친구네 집으로 향했고
쉬는 시간에는 운동장 한편에 스탠드에 앉아 웃었고
수업 중에는 운동장에 다른 반 체육수업을 지켜봤다.
하루도 운동장을 지나지 앉은 적이 없던 것 같다.
나의 학창 시절에는 늘 운동장 어딘가에서
웃고 놀던 기억이 가득하다.
그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은
다들 어디서 무엇을 하며 지내고 있을까.
종종 들려오는 소식들에 반갑기도 하고
그 시절에 남아 있는 기억들 때문인지
지금 변해버린 모습들이 낯설기도 하다.
물론 그들에게는 나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선뜻 용기 내어 만나는 일은 잠시 접어두는 편이 좋겠다.
한 번씩 학교 근처를 지나다 운동장을 발견하면
그때 추억이 아련하게 떠오른다.
그때처럼 50m 달리기에도 먼지가 풀풀 나던 흙바닥이 아니라
화려한 육상트랙이 깔린 운동장으로 변한 모습이 낯설다.
하지만 학교 안
지금의 학생들에게는 저 모습 그대로 추억으로 남겠지.
예쁘게 남기기를 바란다.
살아가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갑자기 기억나기도 할 것이고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다면 무조건 생각이 날 것이다.
그렇게 깊이 자리할 학교에 대한 추억이 순수하고 아름답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