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가짜 웃음이라 할지라도. (20번째 이일)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굳이 따져보면 나쁜 쪽으로 조금 더 기울어있는 상황이었다.
그때 마침 주변에 아무도 없었고
그냥 얼굴 근육을 움직여 웃어 보았다.
활짝.
그렇게 잠시 있었다.
보조개 쪽 근육이 살짝 떨려 오고 표정을 풀었다.
그리고 거울을 보았는데
어딘가 모르게 웃고 있는 내 얼굴이 보였다.
미처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살짝 올라가 있는 입꼬리와
눈이 또렷했다.
아무 감정 없이 억지로 웃었을 뿐인데
그 후에도 얼굴에 미소가 남아있다니.
신기해서 다시금 미소가 지어졌다.
웃을 때 쓰는 근육도 운동이 필요한 건가.
잠시 후 무표정의 나로 돌아왔을 때는
정말 몇 초 전 발견했던 눈의 또렷함도, 살짝 올라간 입꼬리도 없었다.
변해버린 표정만큼이나 기분도 다운되는 느낌이 들었다.
내 얼굴을 내가 보는 것임에도
이렇게 순식간에 기분이 변하는데
남들이 이런 내 얼굴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꼭 그들을 위해 내가 어떤 표정을 지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나로 인해 웃으면, 그 얼굴을 보고 나 또한 웃게 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해졌다.
지금은 억지로 웃어보았지만
웃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나를 위해 웃으며 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잠시 억지로 웃어 보았을 때도
결국은 미세하게 남은
올라간 입꼬리 덕분에
진짜로 웃을 일이 생기지 않았던가.
기분이 별로일 때는 일단 한번 웃어보자.
그것이 비록 가짜 웃음이라 할지라도
조금은 남는다.
진짜 미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