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이거 맞는 걸까?

by 김로기


나는 어린 시절부터 내 집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다.

집안사정으로 생활이 어려웠고, 덕분에 어린 날 겪고 싶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일들을 겪었었다.

작고 낡은 집에 살았지만 그마저도 온전히 우리 가족을 지켜주지는 못했다.

때때로 부모님이 수모를 겪는 모습을 지켜만 봐야 했다.

어린 시절 나는 힘이 없었다.

이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분위기나 상황, 날씨 대부분의 것들이 기억이 난다.

상황은 너무도 비굴하고, 안절부절못하고

그럼에도 나는 아무런 도움을 줄 수가 없었고

안방 구석에 숨죽인 채 눈치만 보고 있었다.

거실과 붙은 주방의 낡은 유리창 너머로 눈부신 햇살이 들었고

상황에 맞지 않는 유난히 맑고 밝은 날이었다.

그 뒤로도 종종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

그 무렵 친구들의 집에 놀러 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집 다운 집이라는 것에 대한 동경이 내 마음에 자리했다.

결혼 후 바로 얻게 된 집은 오래된 빌라 4층 꼭대기에 작은 투룸이었다.

말로는 투룸이긴 하지만, 실제는 작은 방 하나와 거실 정도였다.

하지만 신혼집을 얻을 당시에 금전 전인 상황이

더 좋은 조건의 집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고

더 이상 다른 집을 보지도 않고 그냥 전세계약을 했다.

주어진 상황에 맞춰 살았고 나름 행복했다.

때때로 불편함도 있고, 이런저런 애로사항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신혼에 취해 부정적인 면들이 그다지 부각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2년 정도를 채워 살던 중에 집주인이 월세를 요구하는 바람에

우리는 새로운 집을 구해 나갔다.

첫 집을 얻을 때 부모님과 함께 동행하며 부모의 그늘 아래 수동적인 결정을 하던 우리는

처음으로 우리끼리 모든 결정을 해 나갔다.

그때 조금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처음 집보다는 방도 많고, 거실도 넓었다.

정해진 금액으로 집을 얻으려 다니다 보니, 마땅히 눈에 차는 집은 없었는데

그러던 중 역시나 빌라 4층 꼭대기였지만, 둘에게 만족스러운 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두 번째 집은 전세가 아니라 매매로 계약하게 되었는데

낡은 집이었지만 그제야 진짜 우리의 보금자리가 생긴 기분이 들었다.

가끔 핸드폰 사진첩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그 집에서의 모습을 발견하면

그때 행복했는데, 즐거웠는데 하는 마음이 들어서

그때의 내가 생각나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빌라보다는 아파트에 관심을 두라며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나와 남편은 빌라가 익숙했기에

저렴한데 넓은 집이라며 그들의 말을 귓등으로 들었다.

지금 와서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일정 부분 후회하는 마음도 있긴 하지만

그때의 행복했던 시절과 비교한다면 감내할 수 있는 정도의 후회이니

괜찮다고 할 수도 있겠다.

우연히도 첫 집과 그다음집이 4층 꼭대기에 있었고

시야를 막고 있는 건물이 없었기에 항상 해가 잘 들었다.

그 점도 특히나 좋았던 부분이다.

그리고 그 바로 아래층에 살던 부부의 고양이가

현관의 우유 구멍을 통해 스스로 드나드는 일이 잦았는데

중앙에 현관이 닫혀 있어 나가지 못할 때는

우리 집 앞에서 누군가 나오길 기다리며 얌전히 앉아 있곤 했다.

남편은 그때도 종종 담배를 피우러 건물 밖으로 나가는 일이 있어서

그걸 알고 기다렸던 듯싶다.

유난히 우리를 잘 따랐고 우리도 그런 고양이를 무척 귀여워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귀엽고 한 번씩 보고 싶기도 하다.

그렇게 5년 정도 그 집에서 살다가 갑자기 주변에서 아파트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빌라 전세사기며, 빌라에 대한, 그것도 구축빌라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들이 나돌 무렵 우리는 결국 집을 내놓았다.

다들 팔기도 힘들 거라며 걱정했지만, 운 좋게도 생각보다 집은 금방 팔렸다.

그렇게 우리는 다음 집으로 이사했다.

우리의 마지막 종착지가 되기를 바라며

조금 무리해서라도 오래 살 수 있는 아파트 한 채를 계약했다.

우리는 결혼 전부터 익숙하게 지나다니며 몇십 년을 함께한 동네를 떠나 옆동네로 이사했다.

둘 다 멀리 가기는 원치 않았고, 새로운 동네를 원해서 한 선택이었다.

동네도 깨끗하고, 살기 좋다고 생각했다.

집은 더 말할 것도 없이 좋았다.

더는 바랄 게 없을 정도로 과분하다고 생각했다.

그제야 모두들 축하했고, 가슴이 벅찼다.

그때는 그 기분에 취해 대출금에 대한 부담 따위는

평생 나눠서 조금씩 짊어지면 된다고 생각했다.

일 년 정도를 살고 있는 지금..

사실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다.

애써 괜찮다고 말하고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다는 건 거짓말이다.

아직 둘 다 젊고 살아갈 날이 많기는 하지만

가끔씩 우리가 이직을 고민하거나 큰돈이 들어갈 시기가 되면 걸림돌이 돼버릴 테니까.

어느 누구도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이따금 부담 없이 살던 바로 전집에서의 생활이 그리울 때도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집을 팔고 조금 부담이 덜한 집을 찾아 나선다고 하면

그때에 실망감이나 어쩌면 패배감까지 느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런저런 부담에 가운데 서있는 셈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없이 부담스럽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상황인데

남편도 나도 스스로가 많이 조급해져 있는 것 같다.

남의 시선은 거둬두고 나와 가족들을 위해 살자고 다짐하며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나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나의 마음의 안정과 더불어 남의 시선도 중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둘 다 짊어지고 가기에는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여유가 없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다짐한다.

애써봐야지.

나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괜찮다 다독이며 여유를 가진 내일의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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