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단 그것. (18번째 일일)
내가 무슨 말을 하던
상대의 기분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편견에 따라
다르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아마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순간 다르게 전달된 말의 의미가
나를 그리고 다른 누군가를 공경에 빠뜨렸을 때는
매우 당황스럽다.
아무리 내가 나의 의도를 듣는 이에게 전달하려 할지라도
이미 상대에게 나의 말은 그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 순간 나는 나 스스로에 대한 후회로 가득하다.
어떤 말도 꺼내지 말았을 것을.
그 말이 설령 모두가 들어도 나쁘지 않았을 말일지언정
그 모든 게 나의 착각이었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어야 했다.
나의 짧은 생각으로 인해
나를 포함한 몇몇의 사람이 크건 작건 피해를 입게 된다.
말을 안으로 삼킬 때
나에게 의미 있게 남을 것이다.
입에서 혀로 바로 올라타든, 머리를 스쳐 입을 통해 나오든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입은 다무는 게 좋은 것이었다.
말이라는 것은 매우 가볍고 달기 때문에
금방 입에 오르고 금방 날아간다.
그때부턴 이미 내 것이 아니다.
내 입에서 시작된 거추장스러운 꼬리표를 달고 멀리멀리 날아가버린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 대신
열 냥이라도 빚을 지지 않는 쪽을 택하겠다.
후회로 가득했던 그 순간을 기억하라.
모두가 내가 아니고
나의 생각에서 비롯된 나의 말은
오로지 나의 생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