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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기 Nov 03. 2024

진짜 나.

내가 원하는 나도 진짜 내가 아닐까. (18번째 이일)

똑 부러진다는 말에 취해

오랫동안 깊은 우물 안에 살아왔다.

엄마는 늘 똑소리 난다고 흐뭇해했고

나는 내 그릇보다 더 많이 가진 척하며 살아왔다.

내 그릇보다 더 많이 담을 수는 없었다.

그 이상의 것은 거짓이었고

내가 사랑하는 엄마의 희망이 되어 살아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아이가 하는 거짓말을

엄마는 정말 눈치채지 못한 걸까?

그때는 나름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진실을 엄마가 알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엄마가 정말 몰랐었기를 바라지 않는다.

애쓰고 있구나라고 생각해 줬기를 바란다.

정말로 나는 노력하고 있었으니까.

비록 방법은 틀렸을지라도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어린아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그때처럼 오로지 누군가의 희망이 되기 위해 살아가지는 않지만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우물 안에서

그들이 원하는 나의 모습을 주고 싶어 한다.

가끔은 조금 버겁기도 하다.

그래서 나의 숙명과도 같은 그것들을 벗어보려 노력하지만

그러기엔 여전히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 또한 당연히 사랑해 줄 그들이지만

내가 그들에게 주고 싶다.

어쩌면 소중한 사람들 곁에 사는 동안

진짜 나의 모습이 그들이 원하는 모습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닌

진짜 내 모습이 그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나는 어쩌면 앞으로도 그들의 희망이 되기 위해 애를 쓸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나의 모습이 되었든 그런 착각을 하며 사는 내가 되었든.

진짜 나의 모습이라는 것은

어쩌면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그들에게

비치고 싶은 나의 모습이 아닐까.

내가 그것을 원하면 그것이 진짜의 나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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