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먹던 그 맛. (16번째 삼일)
아주 어렸을 때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무렵이었다.
주말이면 엄마는 우리 남매를 데리고 친척집에 자주 가곤 했다.
친척들 몇 집이 가까이에 모여 살았기 때문에
주말마다 친척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았다.
그때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는데
지금도 남아있는 유명한 프랜차이즈 피자집.
피자헛이다.
그 당시 그 친척집 근처에 피자헛 매장이 있었고
우리 남매를 포함해
아이만 여서 일곱에 어른만 열명 가까이 되는 식구들이 모이면
늘 피자헛에 들러 피자를 사가지고 가곤 했었다.
그때만 해도 꽤나 비싼 가격에 1인당 한 조각의 피자만 먹을 수 있었는데
아직도 그 맛이 기억이 난다.
따뜻하게 구워진 피자 몇 판을 차에 싣고 집으로 가는 길에
나를 포함한 어린이 몇 명은 냄새를 참지 못하고
할당된 피자 한 조각을 차 안에서 먹어 치웠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적당히 짜고.
여덟 살 어린이에게 익숙하지 않은 외국 맛이었다.
그럼에도 너무 맛있어서
먹기가 아까울 정도였지만
고작 얼마 안 되는 어린이의 참을성 탓에
피자 한 조각을 짧은 시간에 해치우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늘 아쉬웠던 탓일까?
지금도 그 맛이 종종 생각이 나는데
어떤 피자집에 들러도 그 맛은 찾을 수가 없다.
동일한 브랜드의 피자헛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내 입맛 자체가 바뀌어버린 탓일까.
그때의 설레는 마음과 차 안에서 웃고 떠들며 피자집으로 향하던 기억.
그리고 그런 추억들이 너무 귀하던 시절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먹거리들이 너무나도 풍족하고
큰 어려움 없이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예전의 그 맛을 다시 경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어쩌면 영원히 그 맛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때의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더 배가 고프고 그리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