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당연하게 속아주지 말 것. (99번째 이일)
사실은 뒤에 나오는 말이 꼭 사실이 아닌 경우도 있다.
작고 고요한 목소리로
"사실은" 하고 속삭일 때면
듣는 이 입장에서 일단은 긴장하고 본다.
그 뒤에 이어질 말이
나에 관한 이야기이던 그에 관한 이야기이던
낮아진 목소리만큼이나 중요한 이야기 일 테니까.
그렇게 긴장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상대는 스스로에 대한 사실을 밝히거나
나에 관한 사실을 이야기하거나
혹은 제3자에 관한 사실을 전하곤 한다.
그중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에 관한 사실을 말하는 순간이다.
그중에서도 "사실은"이라는 말을 앞세워 나를 까내리는 상황이다.
사실은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사실을 기반에 두고
말을 하거나, 전할 때 쓰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사실은이라는 말은
본인의 얕은 그릇을 가려줄 단어에 불과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를 향한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싶지만
차마 용기가 나질 않아서
자신을 솔직한 사람이라 감싸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하는 비겁함.
그 비겁함에 관한 이야기다.
당사자에게 좋지 못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순간을
대부분 꺼려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솔직함을 핑계로 사실이 아닌 자신의 감정을 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대놓고 말할 용기는 없음에도
일단은 내가 널 왜 싫어하는지에 대하여
남들을 핑계 삼아 전하곤 한다.
그 순간 기가 차고 어이가 없지만
한편으로는 나의 평판이 진짜 그러한지 깊게 고민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그런 사람과의 대화일수록
고민보다는 판단력이 먼저다.
나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속에 담긴 의미를 파악하는 능력.
그 의미를 먼저 알아채고 그의 말에 속아 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누군가의 솔직함을 앞세운 말에
너무 쉽게 겁을 먹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그들은 생각보다 약하고 비겁하다.
그들의 말에 한순간도 놀아나고 싶지 않다면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전에 먼저 속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니 그들의 말에 너무 쉽게, 너무 당연하게 반응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