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기
허기를 달래고나니 어느덧 밤하늘이 제법 어두워졌다.
노승국 기자는 시내 인근에 있는 원룸에 숙소를 정하고 먼저 일자리부터 찾기로 했다.
"기자증이 있는 걸로 봐선 전에 기자를 직업으로 갖고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야, 도대체 기억이 안 나니 원.."
반쯤 잘려나간 기자수첩을 연신 쳐다보며 인터넷상에서 취업 사이트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두 군데 미디어사를 골라냈다.
단 5분 만에 그가 원하는 조건의 목록을 추려낸 것이었다.
"여기는 너무 멀고 그래, 여기로 하자. 원룸하고 가깝기도 하고.."
다음날 노승국 기자는 전날 취업사이트에서 발견한 바른경제신문으로 아침 일찍 서둘러 향했다.
명동 근처에 있는 바른경제신문에 도착하자, 먼저 건물 외벽에 걸려있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페인트가 반쯤 벗겨진 게 이 회사의 현재 상황을 짐작하게 해 주었다.
"실례합니다, 안에 아무도 안계신지요~"
각층마다 거의 비어있고 3층 막다른 사무실에 뚱뚱하고 머리가 벗어진 중년의 남성이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열심히 글을 쓰고 있다.
"저, 취업 이력서를 가지고 왔습니다, 담당자분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뚱뚱한 남자는 손사래를 치며 가보라는 손짓을 한다.
"원서 마감되었어요, 벌써 2주 지났는데, 취업사이트에 아직도 걸려 있던가요? 내가 내리라고 그렇게 얘기했건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뚱뚱한 남자는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저에게 기회를 한번 주신다면 그 누구보다도 잘 해낼 자신 있습니다.."
당장 먹고살 궁리를 해야 할 처지에 놓인 노승국 기자는 애원조로 매달려 본다.
뚱뚱하고 머리가 벗어진 중년의 남성은 자신이 편집국장이라며 주제를 정하더니 빈 책상에 앉아 1시간 안으로 제출하라며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10여 분이 흘렀을까.. 작성한 원고를 편집국장에게 건네었다.
"아니, 지금.. 벌써 다 쓴 거야? 지금 나하고 장난하자는 건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읽어보시고 검토해주세요.."
노승국 기자가 쓴 글을 읽어 내려가던 편집국장은 눈을 크게 뜨며 놀라는 표정을 짓는다.
"가만있자, 집에서 써온 건 아닐 테고, 와~ 아냐, 이봐 친구~ 어떻게 우리 신문사에 원서 쓸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사회 선배로서 충고하지, 더 좋은 데 가봐.."
편집국장은 의자를 돌려 앉고는 가보라는 손짓을 한다.
"더 좋은 데 많아, 괜히 안 좋은 회사에 있을 필요 없다고.."
노승국 기자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할 수 없이 사무실을 나가려는 차,
"자~ 잠깐, 나야 고맙지, 자네가 너무 아까워서 그래, 월급 적다고 불평하지 않을 거라면.."
말끝을 흐리는 편집국장 등 뒤편에 카메라가 있는 조그마한 스튜디오가 보였다.
"저 스튜디오를 제 사무실로 쓰면 어떨까요? 으뜸 경제 TV 한번 이겨볼까요?"
"으뜸 경제 TV를? 나야 대환영이지, 물론 현실성은 없지만 말이야.. 하하~"
나대로 편집국장은 노승국 기자의 손을 꼭 잡으며 하이 파이브로 첫인사를 나눴다.
천군만마를 얻은 듯, 나대로 편집국장은 당장 간판부터 새로 교체해야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비록 3류 경제지일망정 첫 직장이 생겼으니 무거웠던 마음이 눈 녹듯 사라졌다.
과거를 모르는 노승국 기자, 그의 능력을 모르는 노승국 기자, 최고 엘리트 기자였던 그에게 펼쳐질 흥미진진한 미래의 여행에 독자 여러분을 태우고 싶다.
출발, 렛츠~ 고(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