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키냐르_<은밀한 생> 중에서...
그녀의 생각이 그녀의 삶이라 한다면,
그녀의 생각을 말하기란 어렵다.
수년 전, 아니 10여 년 전에 내가 사랑했던 그 여자는 이제는 이 세상에 - 다른 어떤 세상에도 - 살고 있지 않지만, 그녀의 몸인 어떤 것이 아직도 내 몸 안에서 혈액처럼 순환하고 있다.
살아있는(내가 이문장을 쓰고 있는 순간, 나는 살아있으므로) 이 흔적은 내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는 이 육체 안에 거주하고 있다.
파스칼 키냐르 <은밀한 생> 중에서 p17
키냐르의 책은 한 눈을 팔면 안 된다. 바다로 휩쓸리는 것, 침묵으로 흘러드는 것, 과거로 흡수되는 것을 이야기할 테다. 언제 어디로 빠져들지 모르기 때문에 예의 주시해야만 한다. 강물, 삶, 나이... 열정의 정점에서 그것이 곧 소멸하리란 사실을 알게 된다. 갑작스럽게 닥칠 불행에 언제나 미리 울어버린다. 강물도 삶도 나이도 흐름을 바꾸기란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저 무력하게 기다릴 뿐이다. 화석으로 굳어질 이 순간을 찾아낼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깨달을 뿐이다.
484페이지 중 25페이지를 일주일간 겨우 읽었다. 겨울 오는 길목에서 나는 파스칼 키냐르 <은밀한 생>을 읽다가.... 다시 오는 계절에서... 또다시...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