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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Nov 06. 2015

사랑은 사랑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너에게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to. 미래의 나의....

너를 낳고도 내가 온전한 나일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구나... 너를 다그칠 수도 너를 감싸 안을 수도 있지만 어떤 선택을 했어야 옳을지 실수하지 않을지 걱정이 된단다...

너는 세상에 태어남과 동시에 너는 너 일 뿐인데... 내가 너를 너인 채로 두지 않고 바꾸려 하고 서로에게 연민하는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순순히 인정해야 할 것들에 인정하지 못한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하는 내가 온전한 내가 아닐 거라서... 너에게 미안할 것 같구나..

나는 사랑만 하였는데 사랑은 사랑으로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책임이 있어야 했고 그 속에 네가 있었단다.

처음엔 기쁘기만 했지만 너도 나도 힘든 시간을 함께 겪어야만 했단다. 너는 세상이 낯설어서 나는 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낯설어서 많은 시간이 필요했단다. 내가 지나온 길을 너 또한 지나가야 할 길이고 나는 너에게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너는 나보다 더 잘 해낼 수 있다고 말하고 싶구나... 사랑한다 내 딸아. 내 아들아.






2009년 7월에 쓴 글이다.. 부끄럽지만 참 따뜻해지는 글이다.  여전히 난 내 미래의 딸과 아들을 만나지 못했다. 언제나 만나 볼 수 있을까? 기다려지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지금도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출산과 육아는 어떤 것인지 감히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내가 나일 수 없이 그런 시간을 보낸다면 온전한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든다.


서로의 존재성립을 위해서 가하는 애정과 사랑도 진짜일 수 있을까? 나도 그다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건 아닌데(부모님에게 죄송하지만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태어남에 의의를 두고 살아가고 있다. 굳이 태어나지 않았어도 아쉽다고 생각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무심결에 든다. 그저 행복, 그저 사랑, 그저 기쁨, 그저 슬픔, 그저 좌절, 그저 이별, 그저 여유, 그저 평온, 그저 잠잠잠... 등등등... 삶이 그렇다는 걸.... 한 번 신명 났다 사라질 그런 삶이 대단히 좋기만하지도 않다.


맞다. 싫은 지 좋은 지 미래의 그 아이들도 직접 선택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내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일단은 만들어 놓고  그다음을 생각하는 게 맞을 테다! 지구상에 내 흔적 남기고 싶지 않다고도 생각했다. 저항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이라고도 생각했다. 나에게 있을 조상님들은 그런 생각을 안 하셨겠지만... 어쩌면 그 조상 중 하나가 나일지도 모를 이 사태! 미래에 어쩌면 다행이라고 생각할지 모를...


가끔 생각이란 걸 붙잡을 수가 없다. 내가 여기에 쏟고 나면 뒤돌아서서 잊어버리기 때문에 그래서 살아가는가 보다... 나도 그랬고 과거에도 그랬고 미래에도 그럴.. 누군가가 고민한 순간이란 게 있었음을 이해해주길...






by 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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