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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Jan 08. 2016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내영혼의 구원을 위하여...

<그리스인 조르바>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글은 경박한데도 작위적인 구석이 없다. 잘 다듬은 산문 같다. 표현해야 할 것은 위엄있게 표현하지만 엄격한 행간에서는 의외의 감성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잠든 사람들에게서 홀로 떨어져 별은 머리에 이고 뭍을 왼쪽, 바다를 오른쪽에 끼고 해변을 걷는것, 기적이 일어나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동화가 되었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메타포가 강하게 전해져 왔다.

서대, 놀래기, 홍어가 밤의 여로에서 돌아올 시각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어부들은 기다렸다 수면으로 올라온 물고기를 잡았다. 심연 속의 '나'는 시간의 먹이다. 책벌레 오그레는 자신의 내부를 파먹으며 익어 가고 있는 그 씨앗이 밖으로 나오려고 발길질한다. 그 소리는 자궁을 떠날 때가 된 아이처럼 가슴 내부를 걷어찬다. 작은 혁명이 되어 욕망이 튀어나와 크레타 해안-에게해 남단부 중앙에 있는 그리스령의 -에 폐광이 된 갈탄광 한자리를 빌려 노동자 같은 단순한 사람들과 생활하기로 마음먹는다.

'크레타... 크레타...' 나직이 불러보고 가슴 두근거려 한다. 언덕 꼭대기 서서 펼쳐진 화강암과 단단한 석회암을 무화과와 포도넝쿨, 올리브 나무, 짙은 콩나무를 어두운 계곡의 오렌지 나무숲과 레몬 나무, 모과나무를 해변의 채소밭을 한눈에 담았다. 밤의 과수원에 앉아 있으면 굵어지는 소리와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 포도향기도 바람에 실려와 대기를 물들였다. 남쪽으로는 아프리카에서 달려온 듯한 파도가 해안을 물어뜯고 있었다.  가을의 태양 아래 바다는 대지와 대기와 사귀다 종종 한숨짓는다.


크레타 섬 / 올리브 나무

미래의 세계는 환상적이고 유동적이며 꿈이 짜낸 빛의 천이다. 보랏빛 바람(사랑, 증오, 상상력, 행운, 하느님)에 둘러싸인 구름........


자신의 길동무는 책이다. 35살 오그레는 스스로 붓다이고 단테다. 방황했고 무아지경에 빠지곤 했다. 숨겨진 의미는 찾았고 마음속으로 새로운 집단과 생활을 구상했다. 양극의 화합은 그의 욕망이자 희망이었다. 모든 형이상학적인 근심인 언어에서 헛된 염려에서 자신을 끌어내고 해방되길 바랐고 폐허에 무엇을 세워야 할지 찾을 뿐이다. 물질을 정신으로 바꾸는 싸움에 휘말린 사람들 중에 하나다.

그는  살아있는 길동무 책을 만나 또 한번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곁에 두고 지켜보기로 마음먹는다. 새 길을 열어줄 것 같은 사람이다. 헌털뱅이 친구 조르바... 크레타섬 자신의 갈탄광을 도맡아 인부들을 감독하기로 한다.  수백만 년 전 어마어마한 숲의 나무는 갈탄이 되고, 갈탄은 석탄이 되고, 조르바가 온 것이다.

튼튼한 턱과 광대뼈, 크고 가는 몸, 강렬한 시선, 격렬한 말투, 65세 꺽다리 마케도니아 영감, 육감주의자, 몸이 말하는 데로 정열이 넘치면 연주하고 노래 부르고 춤을 추고 바다로 뛰어들고 걸리적거리면 손가락 하나쯤을 잘라낼 수 있는 사람... 그는 돌장이, 광부, 행상, 옹기장이, 독립군, 산투르-기타 비슷한 악기-장이, 볶은 호박씨 장수, 대장장이, 밀수꾼이다. 베일의 사연을 하나씩 들려준다.


만일에 사람들이 눈을 떴을 때, 당신이 지금의 암흑세계보다 더 나은 세계를 보여 줄 수 있다면... 보여줄 수 있어요?


조르바에게 세상에 속한 것들은 말짱 꽝이다. 임금, 민주주의, 국민투표, 국회의원 등은 시대에 뒤떨어진 시답잖은 수작이고 기술과 도덕과 종교는 녹슨 고물 총과 다름없다. 하느님도 없고 악마도 없고 평등도 없다. 인간을 경멸하면서도 함께 살고 일하려 한다. 돈은 날개다. 그는 세상 구석구석, 인간의 영혼 구석구석을 누빈 사람이고 나이 들수록 거칠었다. 모든 사물을 매일 처음 보는 듯이 대하고 내면에서 소리치는 데로 움직인다.

우리의 내장 속에 그런 씨앗-살아가는 힘의 근원- 집어넣은 것 누구인지, 우리가 자유라고 부르는 건 무엇인지 묻는다. 그는 언제나 <왜> <어째서>라고 거침없이 묻고 답한다. 예외가 있지만 정열에 지배받지 않는 진리를 발견한 사람이다. 불쾌하고 위험한 덕성뿐이지만 그의 대답은 한결같다.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모든 것, 거침없는 웃음, 친절한 말, 맛있는 요리,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


덧없는 순간의 투명한 가면을 찢고 영원한 입술에 키스하는 것


그에게도 슬퍼서 견딜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숨통을 뚫게 하는 방법을 터득했을 뿐이다. 조각조각 난 꿰맨 가슴 돛은 사나운 폭풍에도 찢어지지 않을 만큼 강했다. 때로는 전쟁, 여자, 술, 산투르, 신비 그 자체로 살았다. 그는 먼 바다로 흘러들고 있었다. 저항도, 질문도 하지 않고 행복하게 떠내려가고 있었다. 늙은 육신 속에 그 몸을 들어다 어둠 속에 유성流星처럼 던져버린 영혼 같았다.

오그레는 자신의 인생이 부끄러웠고 목이 메었다. 크레타에서 조금씩 실감한다. 나그네 조르바, 빈껍데기 카바레 여가수 부불리나, 마을 장로 아나그노스티 영감, 성모의 수도원 주교처럼, 크레타 사람들처럼 뿌리를 깊이 내리다 결국 하나가 되는 모든 사람의 길 잃은 영혼은 얼마나 흡사한지를 알았다. 또 고기, 빵, 포도주는 정신을 만드는 원료요, 육체 또한 영혼임을 깨달았다.

그들은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서 여기 와 있었다. 경험이 많은 사람과 생각이 많은 사람은 한 쪽은 수다스럽게 말하고 한 쪽은 침묵하며 때론 거들며 들었다. 두 갈래의 똑같이 험하고 가파른 길이 같은 봉우리에 이를 수도 있음을 생각했다. 죽음이 존재하지 않듯이 살기도 하고, 금방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현재를 살기도 하고... 인생이란 단순하고, 살아 볼 만한 것, 진부하지만 느긋하고 너그러운 것을... 생각하게 했다.

영혼이 바다요, 구름이요, 향기 같은데.....



니코스 카잔차키스 Nikos Kazantzakis(1883~1955)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 크레타에서 태어나 터키의 지배하에 기독교인 박해 사건과 독립 전쟁을 겪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역사적 특이성을 체감하고 자유를 찾으려 투쟁과 연결시켰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고 여행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유럽과 아시아 다니고 여행기를 썼다. 조르바의 실존 인물 기오르고스 조르바와 실제 탄광사업을 했다고 한다. 복지 장관도 지냈으며 1922년 조국이 터키에 패전 소식 듣기도 한다. <붓다>, <오디세이아> 집필하고 특파원 활동과 많은 작품을 남겼다. 1955년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한 줌의 흙이로구나. 배고파할 줄도 알고, 웃기도 하고, 키스도 하는 한 줌의 흙. 한 덩어리 흙이면서도 사람을 울리던 것. 지금은.......





<마무리>
조르바는 그저 글쟁이의 광대로 떨어진 것일까? 실존 인물이 어디까지 흡사했을까? 이름만 빌려왔을까?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 스스로 오그레와 조르바를 나눈 듯이 느껴졌다. 자신의 사진의 모습은 꼭 조르바 같고 내면의 투쟁은 오그레이지 싶다... 그리고 실제에서 조르바 같은 사람은 없다. 생명의 리듬감, 자신의 광맥을 찾아내어 질문과 답을 이어가면 그만일까?...

그들은 무아지경에 빠져 글쓰기와 일에 몰두하기도 한다. 먹은 것을 환원한다. 그저 먹고 즐기고 망각하지만은 않았다. 경박하고 거친 말들이 여자를 향해 신을 향해 쏟아진다. 비움과 자연에 가까워지는 것 외에 어떤 의미를  찾아야할까? 누구에게나 삶과 죽음은 친구다. 노자의 도덕경을 살짝 맛보고 키냐르는 노자를 닮았구나 생각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 붓다, 오디세이아의 집필한 것은 그도 그러한 어떤 영향을 받아서일까? 신도 없고 악마도 없고 오직 자유로운 인간만 있는 그런 작품이었을까?

새해는 심판의 날이 아니다. 되살아나는 기억과 공허함이 뒤섞여 나 자신이 막장스러웠다. 지금 아니면 의미 없는 책이 있다. 타락하기 직전에 이 책을 읽어서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오그레는 여자와의 사랑과 책에 대한 사랑을 선택하라면 책을 선택할 정도로 타락해 있었다. '다른 천국이란 없다!'는 조르바의 날선 목소리 들릴 것만 같다... 나의 책들은 영혼이 없진 않다. 다만 귀머거리 집일뿐이다.. 그는 이렇게도 되묻는다.

먹는 걸로 무얼 하는지 가르쳐 줘봐요. 그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가르쳐 줄 테니!



<떠오르는 문장들>

소설가들 어떤 진실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드라마 뒤편에서 진짜로 제기된 적은 없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정신을 암흑 속에 밀어 넣고 절망적 탐색을 하게 만드는 무엇으로 번역하려 하지만 우리의 삶 이전에 나온 선행된 답이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모욕감을 느낀다. 선행된 답이 있다고 믿고 싶어 하는 바로 그곳에는 오직 태어나는 유폐류의 울음소리, 보이지 않는 장면, 목적이 결여된 육체의 탐색, 성姓의 우연성만이 있다. - 파스칼 키냐르 <떠도는 그림자들 중에서...>
이슬람에서는 '이것'을 '하늘의 뿌리'라고 부르고. 멕시코 인디언들에게는 '이것'이 '생의 나무'
모두들 그 앞에 무릎을 꿇고는 눈을 들어 아프도록 가슴을 두드린다오. 그들은 가슴속에 깊이 묻힌 이 하늘의 뿌리들을 드러내려는 겁니다. 보호 욕구, 정의 욕구, 자유 욕구, 또는 사랑의 욕구에 응하려고.... - 로맹 가리 <하늘의 뿌리 중에서...>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설국 (리뷰보기 : http://roh222.blog.me/220408844658)
-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리뷰보기 : http://roh222.blog.me/220472895928)


p.s 오그레란 이름은 딱 한번 등장한다. 마케도니아 영감 조르바는 왜 제목 <그리스인 조르바>였을까? 누구에게 바치는 글이였을까?

오그레 삼촌, 나는 쑥쑥 자라나는 뿔이에요. 그게 참 기뻐요.p98







by 훌리아

http://m.blog.naver.com/roh222/220152212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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