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사키 가즈에 - 출산의 사상
<여자들의 사상> 저자 우에노 지즈코의 말
여자는 여자의 경험을 언어로 말함으로써 사상을 만들어왔습니다.
페미니즘이란
남자들이 만들어낸 사상만을 '사상'이라 부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좁은 시야의 편견에
여자들이 격투해온 흔적이자 유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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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성 5명 (모리사카 가즈에, 이시무레 미치코, 다나카 미쓰, 도미오카 다에코, 미즈타 노리코)
미국 (스콧, 세즈윅, 버틀러), 프랑스(푸코), 인도 (스피박), 팔레스타인 (사이드)
그 첫 번째
모리사키 가즈에 (1927 ~) 일본 시인이자 소설가, 일제시대에 식민지 조선 대구에서 태어났다. 1957년 지쿠호 탄광으로 이사한 그녀는 운명의 상대를 만나게 된다. 바로 시인이자 노동운동가 다니가와 간이었다.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이를 데리고 나와 다니가와와 동거를 시작한 모리사키는 1958년 9월 다니가와와 함께 현대 일본의 시민운동사와 사상사에 큰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 잡지< 서클무라>를 간행한다. 1959년 '서클무라 운동' 내부의 남성 중심주의를 비판하며 여성들만의 잡지 <무명통신>을 2년간 발간한다. 그 후 노동운동의 일환으로 1962년 공동 탁아소를 개설하기도 한다.
1965년 <제 3의 성> 저서는 '출산하는 성'을 뜻한다. 모리사키가 자신의 결혼, 연애, 출산을 둘러싼 체험을 자전적으로 그린 소설이다. 그녀는 이 책에서 섹슈얼리티와 출산, 그리고 여성 주체의 문제를 철저히 사유했다 한다.
그밖에 모리사키 의 저작
1970 <투쟁과 에로스> : 탄광 지역 노동운동과 섹슈얼리티에 대해 쓴 평론
1976 <가리유키상> : 외화벌이를 명목으로 해외로 보내진 빈농 출신의 일본 여성을 다룬 논픽션
1981 <바닷길에 남은 빛> : 해녀들의 생활상을 쓴 논픽션
1984 <경주는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 : 조선에서의 성장 과정을 다룬 에세이
2004 <생명의 여행> : 한국 와 오키나와 여행 에세이
2008 <모리사키 가즈에 컬렉션 : 정신사 여행> : 전집
나도 젊었을 적에는 마치 남성이 '나'라고 할 때 '홀로 있는 나'를 상정하고 말하듯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적으로 '홀로 있는 나'가 되는 것이 여성이 가져야 할 최종적인 목적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 모리사키 가즈에 <생명, 울려 퍼지다> p38
'똥'-태아를 이물로 느끼는 감각-에서 '이름을 가진 인격'까지....... 태아는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다. 그러나 중절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 태아의 인격권보다 모태의 인격권이 우위에 있다고 말할 때, 혹은 태아를 여타 신체 기관처럼 다뤄서 중절을 마치 맹장 수술처럼 논할 때........ 여자는 계속 위화감을 느껴왔을 것이다. 설사 그러한 화법으로 '여성의 성과 생식의 자유/권리'가 지켜졌다고 해도 그것은 내가 바란 것이 아니었다고 말이다- 야마네 스미카 <낳느냐 낳지 않느냐는 여성의 권리인가> 2004
모리사키 가즈에 작가의 일생을 간략하고 상세하게 적은 편이다. 낯선 일본 작가에 대해 무엇이 그렇게 궁금하길래? 라기보다는 두 아이 데리고 운명의 남자와 동거를 하고 전 남편 모리사키를 매도 조차 않는다는 점이 무척 생소하게 느껴져서였다. 무소의 뿔처럼 저돌적으로 나아가는 여성으로 그려졌다.
식민지 조선 대구에서 태어나 교사였던 아버지를 두었고 남동생이 있었으나 일본으로 돌아와 자살한다. 여자의 언어를 발굴하는데 개척자이지 않았나 우에노 지즈코는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모국어로 전해 듣는 이야기야 말로 가장 좋은 선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 또한 들었다. 우리의 역사를 거슬로 대작가로 여겨지는 두 선생님은 박경리 작가님과 박완서 작가님이시다. 그리고 대를 잇는 작가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 중견작가와 신생 작가들 책을 전혀 읽어보지 못한 내 탓일 테다.
여성작가의 글을 읽은지 무척 오래다. 모리사키의 말처럼 책 속에 화자도 작가도 모두 남성이다. 나는 어느새 남성도 아닌 불분명한 상태에서 책을 읽어왔을지도 모른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내게 그런 차이를 알아낼 만큼 섬세함 갖고 있지 않은 게 분명하다. 그래서 더욱 여성다움이 어디에서 기인한지도 아주 모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여자의 말 태어나지 않았다
여자가 자신의 경험, 더욱이 그중에서도 가장 절실한 경험인 성과 출산을 사상으로 사유하고자 했을 때 그것을 일컬을 말한 말이 없었다. 남자의 말은 도움이 되지 않았고 여성의 말은 태어나지 않았다. 나는 누구인가, 매달 피를 흘리는 여자란 어떤 자인가, 성이란 무엇인가, 임신이란 어떤 경험인가, 출산할 때 내가 낳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 에 대한 연이은 물음이 생겼지만 답은 어디에도 없었다 한다. 사상이란 사상은 죄다 남자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사상> p33
아이를 낳을 때 더할 나위 없는 쾌락을 점유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한다. 분만의 쾌락. 육체를 쥐어짜는 고통과 비슷한 쾌락. 생명의 출산인 동시에 죽음에 아슬아슬하게 가까워지는 지점에서 성의 자기 소비적인 자기 성애를 고조시키는 것.....
모리사키 가즈에와 우에노 지즈코의 대담은 이어졌다. 그녀는 이밖에도 '나'의 안에 과거와 미래가 들어 있어 과거에서 미래로 연결되는 현재의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아이에 대한 사상, 출산의 사상은 독신 이건, 아이를 낳은 여자이건, 아이를 낳지 않는 여자이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자이건, 남자이건 간에 모두에게 필요하다고도 한다. 미래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인지하라 한다.
짧은 첫 번째 part에서부터 할 말을 잃어버렸다. 무엇에서부터 내가 생각해야 될지...... 출산의 사상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라.... 지금까지 군대의 사상을 더 어필한 사회가 아니었던가! 어머님들 일하시다 논, 밭에서도 아이를 출산하고 그 길로 밭을 매러 갔다는 이야기에서부터 VIP 산후조리원까지 여성, 어머니로서의 삶의 그 루트는 정해져 있고 부인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순수히 따라야 할 임무였다.
한 아이를 낳고서 그 생명의 창조 앞에서 무릎을 꿇지 않았던가.... 모든 게 한순간의 일상으로 돌아오고야 말지만...... 가끔 태어나기 이전을 생각하면 쾌락 그것뿐이었을 수도 있구나를 생각한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 굳이 끄집어낼 필요 없으니 아주 고매한 것으로 최상단에 올려놓고 재를 올리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여성 아닌 어머니로서 그것을 말로 끄집어낼 사람 누가 있을까?
모리사키 가즈에는 한 발 더 나아가 그것에서 자신이 느낀 생생한 경험을 여성의 사상과 언어로 짜내려 노력한 인간으로 보였다. 모성애만을 강요한다거나 육아에 대한 지식을 쌓기 이전에 진실로 나와 태아를 바라보고 '나'와 '너'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점이 무척 좋았다. 항상 그런 생각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그런 점 있지 않나?
미래의 인류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한다... 태어남과 죽음이 이어지고 있는 데 누군가 그 태어남이 있기까지 생생하게 증언해 줄 수 있는가? 여성의 언어가 필요한 시점인지도 모른다. 아주 많이 많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렇게 많은 증언이 있었는가? 있다 하여도 모자라다 싶다......
By 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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