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정치사상, 박의경 지음>
<여성의 권리 옹호>
1789년 프랑스혁명이 발발하자, 영국의 버크는 <프랑스혁명에 대한 고찰>(1790)에서 모든 전통과 관습을 단번에 뒤엎는 혁명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우면서 보수주의의 개조로 등장한다. 이에 대해 울스턴크래프트는 <인간의 권리 옹호>(1791)에서 자유주의의 승리와 가치에 지속적으로 신뢰를 보낸다. 이어서 발표한 <여성의 권리 옹호> (1792)에서 그녀는 자유가 여성에게도 동등하게 적용되어야 자유주의가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자유주의의 핵심 개념인 자유의 대상에서 여성이 배제될 근거가 없다는 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
<여성의 권리 옹호>는 잘못된 사회 구조와 그로 인한 인간성의 왜곡을 이론적으로 증명해 보이고 그 시정을 촉구하는 책이다. 울스턴크래프트는 이 책에서 당시 사회가 중상류 계급의 여성들을 '숙녀 lady'라는 개념으로 통제하여 생명력을 인위적으로 박탈하고 그럴듯한 미사여구를 나열하여 여성을 남성의 성적 대상물로만 만들 뿐만 아니라 여성 자신이 노예 상태에 머물러 있는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도록 은폐하고 위장한다는 점을 거듭 지적한다.
여성들의 의지력은 죽이고 외모와 매력만 개발하게 유도하며 순결과 무지를 강요하면서 남성들 자신은 부와 사회적 권력을 독점하고 방탕만 일삼고 있어, 여성은 궁극적으로 나약하고 유아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여성의 지성과 덕성의 개발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여성 스스로 결혼과 가족이 생의 전부라고 여기고 자기 가족의 이익만을 우선하는 가족 이기주의,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구사하는 여성의 유혹을 여성에 대한 경멸과 억압의 구실로 삼는 순환적 모순 속에서 성숙한 인격체로 성장하지 못하고 어머니로서도 자녀를 제대로 양육하고 훈육할 수 없게 됨으로써 결국 사회가 병들고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울스턴크래프트가 <여성의 권리 옹호>에서 반복적으로 지적한 당대의 병적인 상황이다.
<여성의 정치사상, 박의경 지음> p132-133 중에서
남녀는 서로 타락시키기도 하고 나아지게 만들기도 한다. 이건 틀림없는 사실이고, 그 범위 또한 모든 미덕에 걸쳐 있다. 순결, 정숙함, 공익 정신, 그리고 이와 연관된 모든 고귀한 미덕들은 사회적 미덕과 행복의 토대로서, 사회 구성원 모두 이를 이해하고 육성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미덕들을 남녀 어느 한쪽의 의무라고 주장함으로써 사악하거나 게으른 자들에게 신성한 의무를 파기할 구실을 마련해주지 말고, 자연은 이 면에서 남녀를 구분하지 않았다는 것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울스턴크래프트 2008, 237쪽)
남편이 문명사회의 일원으로 어떤 직업에 종사할 때 아내 역시 활동적인 시민으로 가정을 돌보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이웃을 돕는 그런 사회를 상상하면서 지친 마음을 달래 보려고 했을 뿐이다. (울스턴크래프트 2008, 246쪽)
여성이 남성에게서 어느 정도 독립하지 않는 한 그들이 도덕적이 된다든지, 좋은 아내나 엄마가 되는 데 필요한 강한 본능적 사랑을 갖추길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진정한 행복인 모든 기쁨과 도덕적인 만족은 잘 조절된 애정에서 나와야 하고, 애정은 의무를 수반하는 것이다. (울스턴크래프트 2008, 240~241쪽)
좋은 엄마가 되려면 양식과 독립적인 정신을 갖춰야 하는데, 남편에게 완전히 의존해 살아가도록 교육받은 여성은 그런 정신을 갖기 어렵다. 순종적인 아내는 대개 어리석은 엄마가 되기 쉽다. (울스턴크래프트 2008, 255쪽)
여성을 이성적인 존재, 자유로운 시민으로 만들면 그들은 곧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남성이 남편과 아버지로서의 도리를 다해야 할 것이다. (울스턴크래프트 2008, 291쪽)
227년이 흘렀다. 거듭 강조하지만 1789년 프랑스다. 그 시대의 조선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그 시대에 양성평등 교육의 의무조차 없없다. 참 다행스럽게도 이 시대에 태어나서 감사하다. 시대는 흘렀지만 여성의 독립적인 태도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여성이 강한 본능적 사랑을 갖추기 위해서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완전한 독립을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스스로 독립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은 나를 착하게만 키우셨다. 순종적인 딸이었다. 10대는 무난하게 보냈고 20대가 되어서 크게 잘못되었다는 자각을 하게 되었다. 내 생각과 내 의견이 없었던 짧았지만 삶이 그러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지금도 그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어머니의 역할이 참 중요하다고 여긴다. 어머니도 나와 비슷한 면이 많으셨고 크게 잘못되었다고 생각지 않으셨다.
나는 나를 깨기 위해서 인생의 절반을 소모했다. 아직도 온전한지 의심이 되고 부족하다고 여긴다. 여성의 권리를 따지기 전에 의무와 책임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나는 그 의무와 책임이 배움이라고 여긴다. 학교에서의 공부만이 아니라 삶에서 내가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을 뼈 속 깊이 새겨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힘들다고 회피하고 누군가 대신하겠지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더라는 게 내가 깨달은 바다.
내 부모님을 좋고 나쁘고를 더 이상 따져 물을 일은 아니었다. 생의 시작은 물려주셨지만 생의 완성은 내 몫이니깐 이제라도 정신 차리고 배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성숙의 단계에 이르는 시기를 대부분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주변을 돌아보았을 때 반반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바뀌지 않은 채 나쁜 습관 가지고 자신의 자녀도 키우고 있었다. 아직 아이 낳아 키우진 않지만 그러할까 봐 걱정이 된다.
TV 방송에서도 육아 예능이 많다. 한 자녀를 알뜰살뜰 키우는 모습이 무척 사랑스럽고 좋았다. 생각해 보면 좋은 것만 골라 찍은 방송이란 생각도 들었다. 늦은 밤에 하는 <안녕하세요> 예능에서 나온 한 어머니는 자신의 반품 습관으로 자녀들이 그런 습관을 보고 배운 듯 쉽게 물건을 사고 '반품하면 되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부모의 역할은 크다. 행동, 말투, 정신, 작은 습관 마저도 아이는 보고 배운다.
여성 자세를 고칠 생각하지 않고 방치하면 인생의 나머지도 달라지지 않는다. 나도 그 중도에 서있다. 금세 방심하면 느슨해지고 편안한 것 찾고 쉽게 넘어가려고 한다. 독서는 그 부분에서 나를 바로 잡아주는 선생님이 되어준다. 오늘 하루를 완성하는 데 책은 이제 더 이상 빠질 수가 없다. 내가 가장 잘 하는 것 중에 하나가 그나마 독서이다. 미래의 자녀들에게 내가 잘 물려주고 싶다...
지혜가 그 자체로 소중하고, 참다운 미덕이 지식의 토대 위에 세워지는 것이라면, 이제 성찰을 통해 우리의 정신을 강화하고, 감정과 이성이 균형을 이루게 해보자.
일상의 사소한 일들에 온 정신을 쏟거나 우리의 지적인 능력을 연인이나 남편의 마음을 읽는 데만 집중하지 말고, 우리의 정신을 계발하고 더 드높은 내세에서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는다는 웅대한 원칙 아래 모든 의무를 수행해가자!
- 울스턴크래프트 2008, 165쪽 -
By 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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