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훌리아 Feb 05. 2016

독서하다는 사랑하다와 음악을 하다와 동일어이다.

파스칼 키냐르

나는 원래 한 명의 독자이다. 내게는 평생의 열정인 독서가 마법의 양탄자여서 나로 하여금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 수 있게 해준다. 나는 매일 글을 쓰지는 않지만 매일 책을 읽는다. 어떤 것도 내게 독서를 포기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 파스칼 키냐르 -



파스칼 키냐르는 문학사에 기록될 만한- 프랑스의 현존 주요 작가 서너 명 중의 하나-작가라고 한다. 그는 첼로 연주자, 작가, 번역가, 라틴어, 그리스어 능통자, 철학자이기도 하다. 그에게 독서하다 lire는 사랑하다 aimer와 음악을 하다 faire de la musique와 동일어이다.



<은밀한 생> 표지



1996년 1월 심한 출혈로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삶으로 귀한 하는 경험을 한 후 그는 단 하나의 육체와도 같은 책을 쓰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혀 이 작품 <은밀한 생, 1998>을 썼다고 한다. 내가 분명히 작년 10월부터 읽기 시작했지만 고작 지금까지 50페이지를 넘겼을 뿐인 바로 그 책이다. 갑자기 번역가 송의경씨의 마무리 글이 보고 싶어졌다. 알아도 안 것 같지 않으니깐 미리 읽어버리고 만다.

그의 유년기 피아노 선생 '네미'의 특이성와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를 읽고 있긴 하다. 그에게 열중하는 것은 사랑하는 것과 배우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곧 자신의 문학세계로의 진입을 말하려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갖고 읽는 중이다. 네미와의 관계를 발설하는 순간 은밀한 것이 아니게 되지만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그녀가 그의 몸속에서 떠돌고 있음을 고백하겠다는 데 누가 막을 수 있을까 싶었다...

그의 마지막 왕국 시리즈의 8-9권쯤에 해당한다는 이 작품을 오히려 가장 먼저 썼다. 그에게는 이미 동시적인 리듬으로 통째 옮겼을 뿐, 지금 하나씩 순서대로 쓰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미 저만치에 가서 음악의 전체를 들었다. 아직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작품들이 있다. 언젠가 나에게도 도착할 날을 기다린다.

그는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사회의 중재 없이 살아가는 한 형태, 집단의 동의 없이 사랑에 빠진 연인들이 살아가는 방식, 즉 결혼이 아닌 자손을 잇는 목적이 배제된 철저하게 반사회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은밀하게 살아가는 방식을 택한다. 이 소설은 자서전도 철학 에세이도 심리 분석도 명상록도 이야기도 아니면서 동시에 그 모두다.

<은밀한 생>한 편의 긴 시詩로 읽는다.
키냐르 산문 시인이다.


- 파스칼 키냐르 PASCAL QUIGNARD -



<프랑스 문학의 동향>
첫 번째, 철학과 문학 사이
두 번째, 시와 산문의 사이
세 번째, 연대기
네 번째, 자아에 대한 글쓰기
다섯 번째, 과거
여섯 번째, 일상

키냐르는 분명 프랑스 현대 소설가의 한 전형에 가깝다. 조지안 사비뇨는 '만일 프랑스의 산문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파스칼 키냐르의 독특한 길과 조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또 <은밀한 생>은 스탕달의 <연애론> 이후 사랑에 관한 독창적인 담론이며 연어 인간처럼 근원을 향한 탐색을 추구한다고 설명한다.



<키냐르 글의 형식의 특징>
- 장르 파괴 (비소설 형식)
- 바로크 고전주의 단장 형식 취함
- 어원을 밝히기 위한 외래어 사용 (라틴어, 그리스어, 산스크리트어, 헤브라이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중국어, 일본어, 에스키모어도 모자라 신조어를 만들어 씀)
- 미래 시제를 사용하지 않음
- 수없이 많은 형용사와 관계대명사 절의 사이사이에 그만큼 많은 쉼표(침묵)을 찍음
- 반복되는 파편들 이어짐(기원에 이르는 퍼즐 놀이-결여된 이미지, 근원 이미지, 원초적 이미지)
- 메아리로 울리는 언어, 자연 언어의 그림자


키냐르는 <은밀한 생>작품을 침묵의 연주를 독자가 머릿속으로 감상하듯 읽어달라고 했다고 한다. 과거만이 어떤 것에서 어떤 것이 흘러나오는 인과의 고리로 현재에 연결되어 있음을 서로 닮은 두 여인, 죽은 네미 Nemie와 살아 있는 M의 유사성으로 이야기하려 한다. 현재의 여인안에(혹은 화자의 몸속에서) 과거의 여인이 유령처럼 떠돌고 있음을.....


그것은 폐허가 된 집, 침침한 어떤 밤, 잠 못 드는 어떤 밤이다. 그것은 M이다. M은 어머니 Mere이고, 출생 이전에 어머니 안에 결합되었던 나의 몸이고, 나의 기원 혹은 기원으로 가는 통로이다.

- 파스칼 키냐르 -




번역가 송의경씨도 외우고 싶도록 아름다운 문장들을 만나는 순간 행복했었다고 회고한다. 영혼의 흔들림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번역을 포기하지 못 했다 한다. -2001년 07월 ,<은밀한 생> 번역가 송의경 -

파스칼 키냐르 분명 <은밀한 생> 작품 이전과 이후의 작품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글쓰기가 달라졌음을 느끼는데 분명 육체와 같은 책을 쓰고 싶은 욕망이 무언가를 압도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생과 사를 오가는 그런 자신의 의지를 거스르는 데서 오는 심리적 변화로 봐야 할까? 그것이 불안인지 공포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만 그렇게 쓰고자 해서 쓸 수 있음에 감탄할 뿐이다. 올해는 오래도록 이 책을 곁에 둘 것 같다....






* 프랑스 상스에 은둔해 있는 파스칼 키냐르를 찾아서 http://roh222.blog.me/220556788751



* 파스칼 키냐르 소설에 관한 이해 http://roh222.blog.me/220474341471







by 훌리아

http://roh222.blog.me/220152212590


매거진의 이전글 떠도는 그림자들 - 마지막 왕국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