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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Feb 03. 2016

결코 나는 글을 쓰고 있는 내 손을 본 적이 없다.

파스칼 키냐르의 글쓰기

모차르트가 로흘리츠에게 했던 매우 단순한 말은 생각보다 훨씬 더 명확하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 전체를 동시에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요컨대 파노라마를 구성하는 것이 문제다.
양팔로, 단 한 번에 전체를 통째로 끌어안아야만 한다.

'전체를 한꺼번에' 단번에 기록한다.
전체를 앞지르는 것은 동일한 시간 내에서 그것을 애도함이다.
그것을 영원한 결별 안에서 붙잡아야만 한다.




문의 두 문짝을 활짝 열어젖혀야만 한다.
열어젖혀진 문짝들은 보이지 않는다 해도 연속해서 잇따르는 페이지들이다.
페이지들은 한 공간으로 열려 있고, 기록하는 사람은 그 공간을 보지 못한다.
한 작곡가나 한 작가는 자신이 악보나 글을 적어가는 지면을 결코 보지 못하며, 써 내려가는 자신의 기록을 자신의 눈으로는 평생 동안 절대로 만나지 못한다.

흰 지면은 결코 존재했던 적이 없다.
흰 지면에 대해서 말하는 교수들과 기자들이 있을 따름이다.
결코 나는 글을 쓰고 있는 내 손을 본 적이 없다.



파스칼 키냐르 <은밀한 생> p29




모범답안이 따로 있지 않다. 그저 짐작할 뿐이라 가끔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 지긴 한다. 파스칼 키냐르의 마지막 왕국 시리즈는... 비소설 형식이면서 시작도 끝도 불분명하다고 '나'(독자)는 느낀다. 작가는 전체를 이미 보았고 통째 옮기는 글쓰기란 생각이 든다.. 그는 언제나 만물의 근원, 태초, 우주를 그린다....


작가들 이 세상에 새로울 이야기 따윈 없다고 말한다. 키냐르 또한 자신이 쓴 글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있어 온 이야기 옮겼을 뿐이다라고 말하는 듯하다. 흰 지면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사람 정해져 있다는 듯이 말하는 것도 같다... 한동안 <은밀한 생>을 오래도록 읽고 있을  듯하다....



by 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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