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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Feb 15. 2016

우리 중심에서 나오는 진짜 목소리를 쓰다

힘 있는 글쓰기 -  피터 엘보

우리의 중심에서 나오는 말은 고요하다.
그 말의 힘은 내적인 울림에서 나온다.
- 피터 엘보 -



목소리가 없는 글은 생명력이 없고, 기계적이고, 얼굴이 없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중략) 물론 어떤 사람은 말할 때도 목소리가 드러나지 않는다.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말하는 습관이 든 나머지 말에서 아무런 리듬과 질감을 들을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의 말은 뻣뻣하고 생기 없고 가짜처럼 들린다. 자기 혼을 관료주의에 바친 사람은 그런 식으로 말하게 된다. 목소리 없이 말하는 사람 중에는 논리적이라거나 과학적으로 생각하려고 일평생 노력한 이도 있다. 모든 단어의 유효성을 감안한 뒤에야 말하는 습관을 들인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그저 너무 겁을 먹어서 말에 목소리가 담기지 않는다. 이들은 모든 경험을, 붙을지 말지 모르는 취업 면접을 받는 느낌으로 받아들인다.

또 어떤 사람은 입말의 생생함이 있다. 리듬도 좋다. 어떤 태도와 개성에서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듯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말에서 실제 사람의 존재를 거의 느낄 수 없다. 이것이 깊은 울림이 부족한 경우라고 느낀다. 이 글은 신뢰할 수 있는 고체처럼 단단한 쿵 소리가 나지 않는다. (중략) 소위 '표정이 풍부'하지만 그럼에도 그 목소리가 뻔한 가짜다. '표정이 담긴' 목소리가 어떠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패러디하거나 흉내 내고 있다.

사람들이 진짜 목소리를 쓰기 시작하면 말을 사용하는 힘이 자라나고 강해진다는 점을 발견한다.

- 피터 엘보의 <힘 있는 글쓰기> 중에서 -




우리의 중심에서 나오는 말은 고요하다.






실용서를 틈틈이 읽는 편이다. 빠르게 읽고 넘긴다.  그중 재미난 이야기를 하는 책이 있으면 천천히 읽어 나가기도 한다. 책 전체가 그런 건 아니고 눈으로 빠르게 읽다가 내 기준으로 멈추는 곳에서다. 글 속에 목소리를 떠올리던 요즘이었다. 블로그 이웃분들은 얼굴 한번 보지 못한(공개하신 분은 제외하더라도) 사람들이다. 그런데 글 속에 말은 목소리와 형태를 만들어가 어떤 얼굴을 기억하게 된다. 그 목소리가 비슷해서 간혹 혼동이 있기도 했다.


내 글에는 어떤 목소리가 들릴까. 내가 말하듯이 쓰는 것처럼 그대로 전달되고 있을까? 갑자기 무척 궁금해진다. 저자 피터 엘보의 글은 그다지 내가 좋아하는 목소리는 아니었다. 글이 정신이 없다고 해야 할까? 어쩌면 이 사람은 자유로운 글쓰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는 블로그 이웃분들은 대부분 서평가 들이다. 일상을 기록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서로 차이가 있음을 느낀다.


감정이 넘치는 목소리, 쏟아지는 생각을 다 전달하고픈 바쁜 목소리, 디딤돌 하나하나 걷듯 조심스러운 목소리, 분석에 따르는 건조하고 설명하는 목소리, 학자다운 만들어진 목소리, 경쾌한데 다소 수다스러운 목소리, 지적이고 여성의 매력을 발산하는 작가다운 목소리, 절제해서 적당히 말하여주는 목소리, 아직 덜 여문 목소리 등등 사실 내가 느낀 목소리가 아주 많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목소리는 자신의 깊은 곳에서 감성을 끌어올리는 목소리이다. 보이지 않는 얼굴이지만 글 속에서 그 얼굴이 보이는 듯하다. 나는 그 목소리에 홀린 듯 그 글을 따라 읽게 되었다. 이웃 신청도 하고 아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1년간 블로그에서 피하고 싶은 이웃을 만난 경험이 있다. 글에서도 거짓이 보이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제대로 본 것이 아니라고 부정 아닌 부정을 하고 넘기기도 했다. 아무래도 믿고 싶었던 마음이 그 거짓을 눈감아 주었던  듯하다. 이제는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겨서 철벽같이 방어하기도 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지만 말 한마디로 사람 죽이고 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블로그에서 자유로운 글을 쓰기에 어려움을 느꼈다. 자주 내 글이 보이는 게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도때도 없이 글쓰기를 하고 싶어서 브런치를 선택했다. 일단 여기에는 나 혼자란 느낌이 강하다. 누군가 보았다고 하더라도 나와 전혀 연관이 없어서 마음이 편하다.



목소리가 있는 글에는 소리와 리듬과 에너지와 개성이 있다. 호흡을 불어넣은 글.
진짜 목소리를 내라. 울림을 들을 수 있는 귀도 필요하다. 진정한 목소리를 내려면 독자 없는 자유롭게 쓰기를 하고는 던져버리라!

-피터 엘보-



어떤 글쓰기를 하고싶다는 생각을 한적이 없다...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는 내가 진심을 담아서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지난주의 일도 어제 한 일도 잊어버린다. 존재감을 잊는다. 책 한권을 읽고 내 시간이 고스란히 담기는 것을 알았다. 그 책 한 권이 소중해졌다. 거기에 내 목소리 기록된다면 조금 더 성숙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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