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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May 06. 2016

내가 있던 방

익숙하고 오래된 방 하나

두 개의 창과 창백한 벽지를 따라 하나의 문으로 이어진다.

자라나는 방이고 작은 촛불 하나 

붉게 물들어 수줍게 타들어갔다.



열쇠도 없이 닫혀있던 방

어린잎처럼 연약하게 투명했다.

곡선의 방은 가냘프게 숨쉬었고

안으로 안으로 기어들어가면 막다른 곳이다.



미동 없이 조용한 걸음, 걸음을 옮겨

창틈 사이로 고개를 내민다.

무너지지 않을 바닥을 간신히 딛고

맑은 하늘에 안녕하고 인사한다.



흔들리는 창을 열어 빗물이 손등에 떨어지게 했고 

거친 낙엽에 손가락이 베이게 했다.

큰 울음 소리에 귀 기울였고

네 개의 면은 높아졌다 낮아졌다를 반복했다.



내가 있던 방으로

흔들리는 손 인사가 반갑다.

즐거운 문으로

꺼지지 않을 불꽃을 운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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